[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헬기사격까지 포함하여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에서 한 말. 서른일곱해가 지나도록 진실에의 외면과 왜곡, 폄훼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광주사태 치유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다. 수사와 재판에서도 내가 계엄군 투입과 현장 작전지휘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나 “북한 특수군이 5·18을 주도했으며 당시 광주에 있던 478명이 북한 핵심층 인물”이라는 극우단체의 주장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5·18이 현재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이냐’는 물음을 종종 받는다. 고백컨대 기자를 포함해 현재를 사는 이삼십 대 청년들에게 전두환이나 5·18은 낯선 ‘개념’이다. 다만, 80년대 말 한 시사주간지 1면 기사 제목만큼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남편 쏜 자들 떵떵거리고 산다’라는 피맺힌 호소는 여태 선명하다. 질문은 계속된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적 비극은 현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보수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5·18에 대한 조롱 섞인 시선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는 대개 사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여있다. 이는 진실보다 자극적인 탓에 쉽게 전파된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필자처럼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대체로 현대사에 밝지 않다. 이러한 오염은 너무 쉽게 전염된다. 그 과정에서 비극은 조롱으로, 진실은 거짓으로, 거짓은 진실로 뒤바뀐다.
이러할 때 “5·18의 진상 규명은 곧 상식과 정의의 문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은 반갑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왜곡과 폄훼는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집단살해(集團殺害, genocide)는 ‘고의성’을 전제로 한다. 유엔(UN)은 집단살해를 고의적이거나 제도적으로 민족·종족·인종·종교 집단의 일부 혹은 전체를 파괴하는 범죄로 규정한다. 5·18 당시 계엄군이 광주와 광주 시민을 향한 집요하고도 잔인한 린치와 살해는 제노사이드라 부름직하다.
쿠키뉴스의 연재 <5·18 시민 곁엔 그들이 있었다>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기획됐다. 9회에 걸친 보도는 전남대병원이 지난 5월 발간한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에 바탕을 둔다. ‘비교적’ 5·18에 낯섦을 느끼는 이들에게 계엄군의 총탄이 빗발쳐 목숨을 위협받으며 시민을 돌본 의료진의 이야기는 감동과 슬픔을 동시에 전달할 것이다.
연재는 두 시점이 교차돼 진행된다. 과거는 책에 기반을 두어 열흘 동안 흡사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던 5·18 당시의 전남대병원을, 현재는 환자와 의학에의 헌신 대신 암투와 정치가 난무하는 부조리한 의료계의 뒷이야기가 대비되어 전개될 것이다.
연재가 마무리될 무렵, 5·18의 숨겨진 진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또한 의료인의 참된 자세가 무엇인지를 전하는 계기가 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설명은 이 정도로 해둔다. 프롤로그의 마지막은 故 조영국 1980년 당시 전남대병원 병원장이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에 적은 글귀로 대신한다. “5·18 당시 의사들이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후에 많은 이야기를 하고 했으나, 의사 본분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쿠키뉴스의 기획연재 <5·18 시민 곁엔 그들이 있었다>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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