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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문대찬 기자]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무엇이든지 정도를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인 타자 앤디 번즈가 이에 해당된다.
번즈는 열정 넘치는 외인 타자로 유명하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그는 그라운드에서 힘이 넘친다. 동료들과의 파이팅은 물론이고 큰 제스처와 세리머니를 펼치는 등 감정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다.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분위기를 타는 롯데의 팀 컬러에 걸맞은 외인이라는 호평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3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번즈의 이러한 열정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번즈는 KIA에 3대1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섰다. 그런데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느닷없이 상대투수 박진태의 6구째 107㎞ 커브볼에 팔꿈치를 들이밀었다.
공에 맞은 번즈는 배트를 내려놓고 1루로 뛰어가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주심은 번즈가 고의로 공에 팔꿈치를 갖다 댔다고 판단해 주의를 줬다.
주심의 판단이 옳았다. 번즈의 행위는 명백한 고의였다. 스윙 동작에서 자연스럽게 팔꿈치가 나가다 공을 맞는 것과 달랐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구속이 낮은 변화구를 기다렸다가 팔꿈치를 정확히 갖다 대는 모습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도 즉각 벤치에서 뛰쳐나와 항의했다. 중계를 맡은 KBSN 해설 위원들 역시 “고의가 분명하다”며 번즈의 행동을 비판했다. 멋쩍은 듯 표정을 굳힌 채로 타석으로 돌아온 번즈는 결국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문제는 번즈가 ‘초범’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2일 경기에서도 번즈는 7회초 무사 1루에서 팔꿈치를 들이밀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KIA 선발 투수 팻 딘이 항의했지만 당시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득점 없이 이닝이 마무리됐지만 혹 번즈의 출루를 말미암아 롯데가 득점했다면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번즈는 여전히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시즌 초반 홈런포를 가동하며 롯데 타선을 이끌었지만 이후 타격감이 떨어져 퇴출 위기까지 내몰렸다. 6월 한 달을 부상으로 소모한 번즈는 7월 복귀했지만 12경기 타율 2할6푼1리로 부진하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번즈의 심정은 납득이 된다. 번즈로서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출루하는 것이 팀을 위한 ‘허슬’이라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건 팔꿈치를 배트 대신 사용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번즈의 행위 이후 포털 사이트에는 KIA 팬 뿐만 아니라 롯데 팬 역시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번즈를 비판했다.
허슬이라 포장하기에 번즈의 플레이는 지나치게 무례했다. 메이저리그였다면 당장이라도 빈볼이 날아들었을 행동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한 팀을 상대로 2차례나 비매너 플레이를 펼친 것은 KIA 구단과 야구팬, 해당 심판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KBO는 호락호락한 리그가 아니다.
벤치를 박차고 나와 번즈를 감싼 조원우 롯데 감독의 행동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 다신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번즈를 강력한 메시지로 꾸짖는 편이 옳았다.
프로는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 하지만 1승을 위한 무분별한 편법이 정당화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응원을 보내는 팬들 역시 뒷맛이 찝찝한 1승은 원치 않는다.
번즈의 과욕은 자칫 팀 동료들과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씌울 뻔 했다.
번즈가 용인된 규정 속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길 바란다. 그 때 비로소 야구인들은 번즈의 허슬 플레이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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