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보훈공단) 이사장이 지난 2015년 5개 보훈병원의 실적 증대를 지시한 문건이 입수됐다. 보건의료노조를 통해 입수한 해당 문건은 김 이사장이 각 보훈병원장들에게 MRI, PET-CT, 입원 전 검사 등을 명령한 내용이 담겨있다.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공공병원이다. 이를 관장하는 준정부기관인 보훈공단이 메르스 사태 직후 국가유공환자들에게 비싼 검사를 받도록 해 매출을 늘리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15년 9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보훈공단) 이사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이 보훈병원장들에게 발송된다. 제목은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9월 현장점검 결과 및 이사장 지시사항 시달’. 공문 협조자(발신주체)는 이사장 김옥이. 수신자는 보훈공단 감사실장·행정지원실장, 중앙보훈병원장, 부산보훈병원장, 광주보훈병원장, 대구보훈병원장, 대전보훈병원장이었다.
보훈공단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해당 문건은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제3차 현장점검 계획 시달’에 대한 김 이사장의 지시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공문에는 ‘향상된 성과를 보고하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각 부서 및 소속기구는 추진기한에 따라 이행계획을 수립 시행하여 주시고, 10월 현장점검시 향상된 성과를 보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해당 문건을 “김옥이 이사장이 보훈병원의 실적 증대를 강요한 증거”라고 평가한다. “메르스 사태 직후라 환자가 줄었다.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공문은 쉽게 말해 보훈병원에게 ‘돈을 벌어오라’는 압박이었다. MRI와 PET-CT 등의 비싼 검사를 활성화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명시돼 있었다.”
문건에는 전 병원에 공통 적용 항목과 병원별 지시사항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공통 지시사항 중 ‘메르스로 인한 진료실적 부진, 목표달성을 위해 전 진료과 목표관리제 시행 및 성과달성 협조’ 항목을 보면, “계량점수 목표달성을 위한 외래실적 향상계획 수립 시행(예시 : 입원 전 외래 검사 후 입원 조치 등)”이라고 적혀있다.
‘병원별, 진료과별 주요 실적 세부분석’을 위한 방안 역시 상세히 기술돼 있다. ‘진료과별 목표관리제 실적’ 및 ‘전문의별 실적(입원, 외래, 투약일수, MRI, CT, 수술)’, ‘메르스 영향, 인력증감 등 분석’ 등 매우 구체적이다.
보훈공단 산하 5개 병원별 수익 증대 지시사항도 함께 명시돼 있다. 김 이사장은 각 병원별로 ▶중앙병원, 주기적 단순 투약처방 환자(고혈압, 당뇨 등) 대상 검사 및 검진 활성화 ▶부산병원, 건강검진 환자 유치·검사주기 단축·주요검사(MRI, CT, 초음파) 활성화 노력 ▶광주병원, 주요검사(ANGIO, PET-CT) 활성화 계획 수립 이행 ▶대구병원, MRI(10월)·CT(12월) 도입 예정으로 검사실적 향상 노력 ▶대전병원, 외래실적 향상 노력 대책 마련 등의 이행을 지시했다.
이밖에도 휴일 정상근무에 따른 실적증가(중앙병원·부산병원·광주병원)를 비롯해 진단검사의학과의 검사 활성화 노력(광주병원) 등을 우수사례로 꼽은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대전병원이 개발한 ‘전문의 목표대비 달성도 실시간 확인(EMR 달성도 점검) 프로그램’을 칭찬한 부분에선, 당시 김 이사장과 보훈공단이 보훈병원의 공공성과 매출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었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종합하면 보훈공단은 국가유공환자들을 대상으로 비급여 항목의 검사를 늘리고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매출액 상승을 꾀했다는 말이다. 이 같은 김 이사장의 지시를 두고 내부 반발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공공성에 대한 철학이 없었다. 준정부기관인 보훈공단에서 이런 짓을 저지른 건 보훈병원의 존립 이유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김 이사장은 안팎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