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노렸던 의사의 돌이킬 수 없는 과오(過誤)

완전범죄 노렸던 의사의 돌이킬 수 없는 과오(過誤)

기사승인 2017-07-28 13:39:55

[쿠키뉴스 통영=강승우 기자] 지난 5일 오후 1. 경남 통영시 용남면 한 마을에 사는 주민이 선착장 앞바다에 사람 형태의 이상한 물체가 떠 있는 것을 수상히 여겨 통영해경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통영해경은 숨진 여성 B(41)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완전범죄를 노리고 바다 밑으로 영영 가라앉을 뻔한 의사의 의료과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해경은 이 지역에는 연고가 없었던 B씨가 숨지기 전 인근 한 주점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경은 B씨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 사망 직전 행적과 사망 경위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았다.

그러던 중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는 해경에 수상한 차량 1대가 발견됐다.

비가 많이 내리던 이날 새벽시간에 현장 주변에서 30여 분 동안 머물다 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숨진 B씨가 발견되기 몇 시간 전이어서 해경은 이 차량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적에 나섰다.

확인 결과 이 차량은 이 지역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57)씨가 빌린 렌터카로 조사됐다.

해경은 B씨의 주변인들을 탐문 조사하는 과정에서 B씨가 A씨 의원을 자주 다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선 해경은 B씨가 지난 5월부터 A씨 의원을 다니다가 지난달 말께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간 사실을 확인했다.

애초 가능성으로 열어뒀던 이 둘의 연결고리가 점점 구체화되면서 해경 수사도 탄력이 붙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경의 의심은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다.

A씨 의원 안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해경이 확인하려고 했으나 이미 삭제된 뒤였다.

석연치 않은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의원 건물 지하주차장, 의원 엘리베이터 등 A씨 동선을 역추적할 수 있는 CCTV 영상도 모두 지워졌다.

해경은 또 A씨가 B씨 진료기록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점 등을 토대로 해경은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B씨의 사망 경위를 추궁했다.

그러자 A씨는 순순히 범행을 실토했다.

통영해경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께 의원을 방문한 B씨에게 마약류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여했다.

평소에는 A씨 지시를 받은 간호사들이 투여했지만 A씨와의 다툼으로 간호사들이 모두 출근하지 않아 이날은 A씨가 직접 B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했다.

그런데 약을 맞고 얼마 안 돼 B씨가 숨졌다.

해경은 A씨가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해 B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이 사실을 숨기고 렌터카에 B씨 시신을 옮긴 뒤 지난 5일 오전 4시께 용남면 한 선착장 앞바다에 시신을 유기했다.

이 주변에 B씨가 평소 복용하던 우울증 약과 손목시계를 가지런히 놓아두기도 했다.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

자칫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의사의 의료과실 사고는 해경 수사로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나면서 마무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채무가 많은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에 겁이 나 그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당일 B씨에게 투여한 것은 프로포폴이 아닌 영양제였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A씨가 운영하는 이 의원은 폐업됐다.

통영해경은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B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시신의 부검을 의뢰했다.

A씨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료 목적이 아닌 프로포폴을 투약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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