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경기 후 팬미팅, 성숙한 문화 정착 필요할 때

[옐로카드] 경기 후 팬미팅, 성숙한 문화 정착 필요할 때

기사승인 2017-07-29 09:00:00

[쿠키뉴스=윤민섭 기자] e스포츠 시장이 팽창하면서 팬덤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일부 인기팀은 수용인원 1000석 가까이되는 OGN e스타디움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자연스레 경기 후 팬미팅 자리도 전보다 붐빈다.

OGN은 e스타디움이 자리한 S플렉스 1층 로비를 팬미팅 장소로 지정했다. 그리고 이 건물은 OGN 소유가 아니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입주해있다. 팬미팅 시간이면 OGN 측으로 각종 민원이 제기된다. 질서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롱주 게이밍과 진에어 그린윙스가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2라운드 대결을 벌였다. 풀 세트 접전 끝에 롱주가 이겼다.

2세트가 채 끝나기도 전, 1층 로비에 소수 팬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목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다. 건물 관계자가 소란 자제를 요청했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3세트가 종료됐다. 오늘 경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순식간에 백 명 가까이 되는 팬들이 1층 로비에 운집했다. 로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제 건물 관계자는 “그쪽으로 나가시면 안 된다”며 고성을 질렀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그 말을 들은 채 만 채 기어코 그쪽으로 나가셨다.

해당 팀 팬덤을 ‘저격’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팀과 관계없이 팬미팅 진행 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업계 관계자, 그리고 대다수 팬들은 현재 팬미팅 에티켓과 관련해 아쉬움을 표한다. 팬미팅을 공공장소에서 진행하는만큼 기본 질서 유지가 중요한데, 잘 지켜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얌체족’이다. 당일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먼저 빠져나가 팬미팅 대기열 선두를 독점하는 이들이다. 더 심하면 경기 관람과 관계없이 경기장을 방문, 팬미팅 참여만을 노리기도 한다.

2번째 문제는 새치기족이다. 인맥을 이용해 좋은 자리를 선점한다. 정직하게 기다려온 뒷사람들은 어리둥절하다. 90년대 놀이공원에서나 벌어졌을 법한 일들이 2017년 e스포츠 팬덤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OGN 관계자는 “팀에게 질서 유지나 소란 자제를 요청할 뿐, 팬미팅에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 말은 타당하다. 팬미팅은 팬과 선수의 만남이다. 거기에 방송사가 개입하는 꼴은 우스꽝스럽다.

게임단 관계자 역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팬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일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 코치도 “문제가 발생하면 팬미팅을 취소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문제는 도돌이표처럼 팬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일로 되돌아온다. 팬미팅은 팬을 위한 자리다. 팀도, 방송국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소수 미꾸라지 때문에 대다수 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양심에만 맡기기엔 꽤 멀리 왔다.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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