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에게 美 육류업체의 기운이 느껴진다

농식품부에게 美 육류업체의 기운이 느껴진다

미국보다 앞장서 쇠고기 안전 거듭 강조… 왜?

기사승인 2017-08-02 00:09:00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알라바마주의 11년 된 암소 1마리에서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EE, 광우병)이 발견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이하 농식품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19일 첫 조치란 바로 보도 자료를 발표하는 것이었다. 이날 농식품부가 발표한 ‘미국 소에서 소해면상뇌증(BSE) 발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강화 등 조치 추진’이란 보도자료는 설핏 국민들의 염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처럼 보였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심쩍은 구석이 적지 않다. 

농식품부는 비정형 BSE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오염된 사료를 통해 전파되는 정형 BSE와는 달리 고령의 소에서 매우 드물게 자연 발생하는 것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 

또한 농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도축장·가공장이 없으며,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령 미만으로 도축과정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된 쇠고기에 한정된다”고 명시해 놓았다. 검역강화 조치로 현물검사 비율을 30%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비정형 광우병이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는 말은 이후 발표에서도 반복된다. “비정형 BSE는 사료와는 관계가 없다”는 단정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여기까지 농식품부의 발표만 보면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인상을 받기 충분해 보인다. 현물검사 30%로 강화한 후 지켜보자는 결론은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주재해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검역본부·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와의 대책회의 결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 장관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뭇 비장한 어조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이러한 대응은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비정형 광우병이 매우 드물게 나이든 소에게서 발견된다는 농식품부의 발표는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유럽의 ‘전형·비정형 광우병 발생 조사 결과(2001~2004)’는 건강한 소에서도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비정형 광우병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며, 사료와는 관련이 없다는 발표의 근거도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수의대 교수는 “자연발생적이란 환경과 사료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OIE가 비정형 광우병의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형 광우병과 비교, 역학적 차원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학계는 정형 및 비정형 광우병 모두 상당한 병원성과 감염력을 가진 만큼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유럽식품안전청과 일본은 비정형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확립될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는 정형 광우병이 줄고 비정형 광우병이 부각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도 비정형 광우병은 ‘위험’ 단계에 가깝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32조의2는 소해면상뇌증이 발생한 수출국에 대한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법조문화해 두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제34조제2항에 따라 위생조건이 이미 고시되어 있는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이 추가로 발생하면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에 대한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영록 장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는 현행 3%인 현물검사를 30%로 강화가 현재로선 전부다. 현물검사는 육안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도축되는 가축에 대한 생체·해체검사를 통한 의심축 검색, 스크리닝 검사와는 별개다. 현물검사를 통해 냉동 상태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BSE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적절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육안으로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 감염을 쉽사리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비정형 광우병은 건장한 소에서도 다수 검출되고 잠복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외형만으론 구분이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가 미국의 역학조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발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2012년 브라질과 2015년 캐나다의 비정형 광우병 발생했을 때, 정부가 역학조사 완료시까지 수입 중단 조치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우리 정부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왜 정부가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북미육류협회의 입장을 가져다 쓰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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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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