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전략' 버리고 덩치 키우는 신세계

'1등 전략' 버리고 덩치 키우는 신세계

2~3년새 무서운 확장…재계 순위 10위로 뛰어올라

기사승인 2017-08-02 09:37:20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신세계가 최근 2~3년새 무섭게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재계 순위는 지난해에 비해 세 단계나 뛰어올랐다. '1등' 전략을 버리고 다양한 사업에 분산투자하며 덩치를 키우는 쪽으로 선회했기 때문인데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지난해 대형쇼핑몰인 스타필드, 가전양판점인 일렉트로마트를 한꺼번에 시작했다. 또 몇 년새 면세점, 편의점까지 전 유통채널을 망라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무서운 속도로 업태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스타필드 사업은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온 신세계의 대표 사업이다. 경기 하남에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한 데 이어 서울 코엑스몰 운영권을 비싼 값을 지불하고 따내 스타필드 코엑스로 이름을 바꿨다. 오는 24일에는 스타필드 3호점인 고양점 오픈을 앞둔 상황이다. 기존과 달리 정통 해외 컨셉 몰 컨셉으로 들여온 스타필드 사업은 백화점과 다양한 테넌트가 공존하는 첫 사례로 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점점 확장해가는 추세다. 

위드미라는 이름으로 진행해 왔던 편의점은 지난 2014년 1월 가맹점 수가 89개에서 현재 2000점이 넘으며 효과가 가시화되자 올해 7월 '이마트24'로 명칭을 바꿨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3강이 장악한 편의점업태에 신세계는 미니스톱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신세계는 노브랜드 제품으로 이루어진 노브랜드스토어를 론칭하고, 영국계 드럭스토어인 '부츠'도 들여와 하남 스타필드에 입점을 시작으로 지점을 넓혀 나가고 있다. 신세계의 이 같은 성장은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자체 상표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면서 더 가속화되고 있다. 

면세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두 차례 있었던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전에 참여해 신세계 명동점을 오픈했고, 2016년 4월 공고된 추가 면세점 특허를 따내 신세계 센트럴시티점에 추가 면세점을 얻게 됐다. 면세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비리로 드러난 면세점 사업에서 유일하게 구설 없이 살아남은 면세점은 신세계"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젊은 남성의 감성을 강조한 가전양판점 일렉트로마트, 창고형 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도 꾸준히 커나가는 추세다. 몰 안에 분스, 라페르바, 토이킹덤, 몰리스펫샵 등 다양한 편집숍들을 런칭하며 소비자의 반응을 체크하고 있다. 

식음료와 식품 업종에도 관심을 뒀다. 스타벅스를 업계 1위로 공고히 유지하면서 캐시카우로 활용하고 동시에 신세계푸드를 강화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한식전문점 올반과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 등 다양한 사업군으로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위탁 운영하고 있는 센트럴시티, 이외 부동산 자산에 적극 투자해 리뉴얼 효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신세계그룹의 투자부동산 규모는 1조6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5억원 늘어나 다른 유통업계 대비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 기준 신세계 재계 순위는 10위(농협 제외)로 지난해에 비해 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정 부회장은 지난 문 대통령의 간담회에서 10위로 짝수 그룹에 포함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세계는 자산총액이 지난해 29조2000억원에서 32조3000억원으로 1년새 3조1000억원 늘었다. 소속 회사수도 34개에서 37개로 증가했다.  

신세계그룹의 이 같은 확장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다. 정 부회장은 평소 "급변하는 환경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찾아 왔다. 

그 결과 '계란은 여러 바구니에 담아라'는 미국 속담처럼 한 업태에서의 '1등 전략'을 버리고 다양한 신사업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 내 '1등'은 이마트, 아울렛, 스타벅스 뿐이다. 그럼에도 꾸준한 업태 확장으로 신세계 그룹의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이 같은 신세계 그룹의 행보는 유통업계 1위인 롯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재계순위 4위로 뛰어오른 유통1인자 롯데는 백화점, 마트는 물론 가전양판, 몰, 편의점, 햄, 음료, 호텔 등 다양한 소비재 사업에 진출해 있다. 신세계가 이 같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롯데를 따라가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신세계의 이 같은 행보는 불가피하게도 '유통 공룡'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빌미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위험을 분산하는 문어발식 사업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소상공인과 부딪치는 지점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아울렛이 들어설 부지에 주민 반발로 백화점 입점을 검토하는 등 공생의 지점을 정하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이마트가 중국 진출을 최종적으로 접는 등 해외 사업보다 국내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로 보이면서 해외로 가국위 선양을 하기보다는 국내에서의 입지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는 호텔이나 면세점, 마트 등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시키는 반면 신세계는 이렇다할 해외 사업이 없고 국내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수출기업'으로서 이마트의 해외 매출을 늘려나갈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베트남과 몽골 등에 매장을 진출해 나가는 것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노브랜드와 e브랜드 등 자체브랜드 상품을 말레이시아 등 15개 국가에 수출시키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를 이마트 ‘수출 원년’으로 정했고 2013년 3억 원, 2014년 9억 원, 2015년 81억 원, 2016년 320억 원 등 매년 수출 실적이 늘고 있으며 올해 530억 원, 내년에는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상공인과의 상생은 신세계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며 "당진과 구미 등에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노브랜드스토어를 열어 상생의 가치를 키워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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