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보다 주먹… 잇단 병원 폭력 피해자는 참는 경우 대부분

메스보다 주먹… 잇단 병원 폭력 피해자는 참는 경우 대부분

기사승인 2017-08-02 13:38:47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최근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정형외과 김 아무개 교수가 간호사와 전공의들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폭력을 가해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간호사에게 성희롱 및 인격 모독 폭언은 다반사였고, 전공의들에게는 주먹질과 발길질, 날카로운 수술용 기구를 이용한 위협 등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교수의 직분과 남용해 동료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사실 김 교수의 폭행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전공의, 원무팀 직원, 환자, 보호자에게 무차별 폭언과 폭행을 행사한 전적이 있다. 당시 김 교수는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 만약 그랬다면 미안하다” 말로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갔다. 

앞서 전북대병원 정형외과에서는 전공의에 대한 금품갈취와 폭언, 폭행이 벌여져 송사로 치닫는 일도 있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경남, 서울, 전북, 충북 등 각 지역 내 대학병원에서 폭력 사태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뭘까?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8.7%가 폭언을 겪었고, 폭행과 성폭력을 경험한 경우도 각각 8.5%와 8.0%에 달했다. 폭언의 가해자가 의사인 경우는 30.9%로 나타났다.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에서는 각각 35.0%로 더 높았다. 

피해 사실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문제 해결보단 참고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폭언의 경우 응답자의 82.3%가, 폭행은 67.3%, 성폭력은 75.9%가 참고 넘겼다고 답했다.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법적 대응이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응답은 폭언 1.4%, 폭행 4.3%, 성폭력 3.2%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은 소위 ‘찍히지 않도록’ 참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현상이 "폐쇄적인 병원 조직문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인권은 '조용히' 짓밟히고 있단 지적이다. 그러나 병원은 폭력 사태 덮기에만 골몰, 사실상 폭력에 일조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된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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