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규섭 서울의대 교수는 '가가가가각' 발언을 했을까?

왜 하규섭 서울의대 교수는 '가가가가각' 발언을 했을까?

병원 차원 처분 전무 ‘제 식구 감싸기’ 문제 커

기사승인 2017-08-03 10:54:25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환자들이 아직 직접 환자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했다.” 하규섭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의 ‘해명’이다. 최근 <한겨레>의 보도로 촉발된 소위 ‘환자 비하 발언 논란’의 주인공은 하 교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쿠키뉴스는 앞서 관련 자료를 입수, 다음 스토리펀딩 연재를 통해 해당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 교수는 <한겨레>에 환자를 설명코자 다소 ‘격한 표현’을 했다고 밝혔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정신과 환자에 대한 그의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지점이 발견된다. 해당 발언이 의대생 수업 중 나왔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과거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고, 서울대의대 정신과의 수장격 인사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음은 문제가 된 발언 일부다(구어체 발언은 기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문법에 맞게 일부 다듬었다). “영화에서 많이 봤지? 전기고문하고 이러는 거. 원리가 뭔 줄 알아? 핸드폰 버벅이면 어떻게 해? 껐다 켜잖아. 뇌에 스위치를 껐다가 잠깐 전기를 줘서 껐다가 다시 키는 거야. 그러면 스마트폰이 제대로 돌아오듯이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는 거야. (전기치료요법)은 기가 막히게 좋은 치료법이지. 지금도 급하면 찾는 치료법이야. 정신질환 환자가 밤새 ‘가가각각가가각 가각각가가각’ 하면(불면증을 호소하거나 발작 등을 하면) 약으로 어느 세월에 고치겠어. 그냥 전기 한 번 딱 줬더니, ‘가가가가각’ 한 번 더 줬더니 ‘잘래요’ 그러지.”

교수는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환각은) 위험한 거예요. (의사가) ‘뛰어내려’ 하면 환자들은 뛰어내릴 수도 있지. 육교에서, 15층에서 그냥 뛰어내리는 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중에는 정신분열자들이 많아. 이러한 사망을 뭐라고 불러야하지? 사고사? 어쨌든 ‘뛰어내려’라고 말하기만 해도 (환각 증상이 있는) 환자는 그냥 뛰어내릴 수가 있지.”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재미있다’는 반응부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3일 서울대병원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한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신장애인을 비하한 서울대의대 교수의 의사자격을 박탈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센터 측은 성명을 통해 “하규섭 교수 같은 의사 부류에게 우리는 그저 물건이었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의 고통을 우스개 소리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강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또한 전기 치료와 관련한 하 교수의 발언과 관련, “정신장애인은 정신병원에 질환을 치료하러 갔음에도 하 교수는 치료는커녕, 전기 치료하는 환자의 고통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 그들의 이러한 결정은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혀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태가 커지자 하 교수는 최근 정신과의 주임교수 및 과장직을 사임하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후임은 강웅구 교수로 낙점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서울대병원 및 서울대의대, 그리고 하 교수의 공식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들 조직이 “무리한 트집 잡기”나 “문제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제 식구 감싸기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하규섭 교수가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아내 김미경 교수를 분당서울대병원에 ‘꽂으려’했다는 쿠키뉴스의 ‘하규섭 녹취록’ 단독 보도에도 병원과 의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병원 차원의 징계나 처분, 하물며 입장발표조차 없었다. 이번 사태 역시 주임교수 및 과장 사임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대응 방안을 놓고 여러 법조계 인사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는가 하면, ‘일부 편향된 언론과 음해 세력의 모함’ 이란 인식도 지속적으로 감지된다. 

과거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일명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된 바 있다. 여기에 비춰볼 때 서울대의대와 서울대병원의 ‘기묘한’ 침묵은 최근 사퇴를 압박받고 있는 서창석 병원장 입장에서 한층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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