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오버워치 리그, 메타 고착화 탈피가 먼저다

[옐로카드] 오버워치 리그, 메타 고착화 탈피가 먼저다

기사승인 2017-08-04 1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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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재미가 없어요"

현역 선수들에게 돌진 조합에 대한 의견을 묻곤 한다. 대개 비슷한 답변이 돌아온다. 재미가 없다. 다른 영웅도 하고 싶다. 패치를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9일 오버워치 HOT6 APEX 시즌3 결승전이 만원 인파 속에 성대히 막을 내렸다. 7세트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 루나틱 하이가 콩두 판테라를 누르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올 시즌 화두는 ‘돌진 조합’이었다. 결승 또한 돌진 조합의 향연이었다. 이 조합은 윈스턴-디바-트레이서-젠야타 기용을 골자로 한다. 뛰어난 기동성을 바탕으로 상대 진형 후미에 진입, 힐러나 저격수를 먼저 노리는 전략이다. 진입 후 탈출도 용이하다. 로우 리스크-하이 리턴인 셈이다.

이중 핵심은 디바다. 현재 오버워치 유저들은 디바가 게임 생태계를 망친다고 입을 모은다. 디바 때문에 맥크리를 위시한 히트스캔 영웅들이 설 곳을 잃었다. 라인하르트와 자리야, 로드호그도 보기 힘들어졌다. 기동성이 떨어져 도태됐다. 선수 입장에서는 디바, 윈스턴을 두고 그들을 선택할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다. 일부 팬들은 디바를 ‘혐바’라고, 스킬 디펜시브 매트릭스를 ‘혐트릭스’라고 부른다. 혐오스러울 정도로 밸런스를 붕괴시킨다는 얘기다.

돌진 조합이 재미없는 게 아니다. 문제는 정형화와 고착화다. APEX 시즌3는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 대전이 같았다. 지난 4월28일 개막전도 루나틱 하이와 콩두 판테라가 장식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지금, 등장 영웅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도 고착화된 메타에 아쉬움을 표한다. APEX 시즌3에 참여했던 한 선수는 “기본적으로 게임은 재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는 선수가 재미없는데 보는 이는 오죽 하겠느냐”고 얘기했다.

한 선수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오버워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임’이라는 얘기가 오간다”고 밝혔다. 블리자드의 아쉬운 게임 운영 능력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e스포츠에서 메타·전략 고착화는 필수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서둘러 해결하지 못하면 팬은 새 종목을 찾아 떠난다. 오버워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 전성기가 저문 건 비슷한 양상의 게임이 반복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은 여전히 ‘노잼톤 대 또바나’를 말하며 몸서리를 친다.

오버워치 리그 커미셔너 네이트 낸저는 지난 3일 서울 간담회에 참석, ‘프로페셔널’한 e스포츠 리그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앞장서는 블리자드의 도전정신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프로페셔널한 선수, 코치, 프런트가 참전할 리그를 꿈꾼다면, 종목사 또한 보다 재밌는 게임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 10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기성 프로 리그들도 매 해 룰 변경을 고심하고 시도한다. 오버워치 리그는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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