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 김영록)가 최근 발생한 미국의 비정형 광우병과 관련해, 미 농무부로부터 받은 자료는 보도자료 1장이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이 보도자료를 별다른 사실 확인 없이 수용, 초기 광우병 대책을 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은 송기호 민변 통상위원장의 정보공개요구를 통해 드러났다. 다음은 문제가 된 농식품부의 답변 일부다.
Q. 미국 정부가 광우병 발견을 한국에 통지한 문서는?
=‘17.7.19일자 주미대사관 전문 내용 : 1. 7월 18일 주재국 농무부(USDA) Anne Dawson 축산과(Animal Division) senior trade advisor는 당관 권재한 농무관에게 주재국 알라바마 주의 11년 소(cow)에서 비정형(L-type) 소해면상뇌증(BSE)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려옴.
2. 이번 건은 알라바마주 소재 가축시장 예찰과정 중에 Detect한 것으로 도축장 등 식품공급 채널에는 들어간 적이 없다고 강조한 바, 이와 관련 USDA 보도자료를 별첨 송부함. (참고로, 지난 2012.4.2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비정형 소해면상뇌증이 발생한 바 있음)
Q. 비정형 광우병은 인체에 안전하다는 농림부의 판단의 근거가 된 연구 논문은?
=농식품부는 비정형 광우병이 인체에 안전하다고 판단한 바 없음.
미 농무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1시간 전 주미한국대사관에 해당 보도자료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광우병 소 나이 판정 근거 및 사육 농장 위치와 같은 검역 자료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농식품부가 1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알라바마주에는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는 도축장 및 가공장 없음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령 미만의,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된 것 ▶7월 19부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현물검사 비율 30% 확대 등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오염된 사료를 통해 전파되는 정형 BSE와는 달리 나이든 소에서 매우 드물게 자연 발생”한다면서 “정형 BSE는 사료를 통해 전파되므로 같은 사료를 먹은 소 집단이 동시에 감염될 수 있는 반면, 비정형 BSE는 매우 드물게 자연발생하는 개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위험이 낮다고 봄”이라는 내용도 명시했다.
정보공개에서 농식품부는 “비정형 광우병이 인체에 안전하다고 판단한 바 없음”이라고 일축했지만, ‘안전’이란 말만 없을 뿐, 다분히 ‘미국산 쇠고기와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런 내용은 이후 대책 발표에도 지속적으로 강조됐다. 정형 광우병과 비교해 ‘역학 차원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안전하다는 OIE의 발표를 비틀어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근거로 삼는가하면, 이를 언론에 흘려 기사화시킴으로써 인식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초기 대응의 근거가 미 농무부의 보도자료 1장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거론했다시피 미국 측 보도자료에는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소의 농장이나 나이 추정 근거가 나와 있지 않다. 미국이 통보하면 한국은 이를 강화시켜 확신시키는 꼴이다.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특별한 오더’를 받았던지, 아니면 알아서 ‘기었던지’.
송기호 민변 통상위원장은 “현재까지도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조차 받지 못한 상태”라며 “미국의 광우병 통제 정책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임시조치로 수입중단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 위원장은 이러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생검역협정 5조가 보장하는 권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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