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여성 일자리 확대에 선봉

글로벌 제약사, 여성 일자리 확대에 선봉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은 기본…이용율 높이는 사내 분위기가 장기근속 유도

기사승인 2017-08-09 00:02:00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가 다소 소외돼 있는 여성 일자리 확대에 노력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여성 고용인원은 약 30%(KRPIA 연간보고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보담당자의 여성 비중도 타 직종에 비해 크게 높다.

무엇보다 글로벌 제약사는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수준 높은 복지를 제공해 여성들이 보다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수준 높은 여성 복지는 높은 근로 연수와 직접 연관이 크다. 직장 내 육아 부담 전가 문화, 장시간 근로 관행 등은 여성의 퇴직과 경력단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복지수준만 높아서도 안 된다. 최근에는 국내의 대기업들도 일가양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문제는 얼마만큼 회사의 정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가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일·가정 양립 국민체감도 조사 결과, 출산,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직장 내 분위기를 꼽았다. 

일·가정 양립 제도 확산을 통해 여성 임원 비율을 향상시킨 글로벌 제약사의 대표 사례로는 한국릴리가 있다. 2011년부터 정부의 가족친화기업 인증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릴리의 경우 여성임원 비율은 60%이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도 높다. 영업부를 포함한 전체 관리자급에서의 여성 비율은 50%이며 여성 직원의 비율도 43%에 이른다.

사내 복지를 보면 직장 내 일과 가정 양립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은 출산·육아 휴가 프로그램과 의무휴일 지정제, 시차 출퇴근제도, 임신 시 근로시간 단축 등 여타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이용률이 다른 제약사에 비해 높다.

또 서울 본사 직원의 약 40%가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 출근제도를 이용하고 있으며, 전체 여직원 대비 현재 출산 및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14%에 이른다. 미혼인 여성들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한국릴리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마다 3시에 퇴근하는 ‘패밀리 데이’(Family Day)를 장려하기 위해 사장이 연초에 직접 직원들의 일정표에 해당 일정을 예약해둔다. 그 시간에 다른 미팅을 잡는 일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또 사장과 임원에 상관없이 이름 뒤에 ‘-님’을 붙이고, 임원과 대부분의 직원들은 정해진 좌석이 없어 한 책상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수평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는 자연스레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 직원들의 가정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로 정착돼 여성 직원들이 회사에서 대등하게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한국릴리 인사부 김단호 상무는 “다양성(Diversity)은 한국릴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이다. 다양한 경험과 의견이 모일 때 보다 나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성별은 물론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할 수 있는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더불어 리더십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유리천장을 깰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화이자제약도 여성건강증진 교육, 임산부 건강관리, 영양제 지급 등 임신 전·후의 여성 건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성복지 프로그램 ‘해피 맘 클럽(Happy Mom Club)’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산부를 위한 여성 휴게실을 마련하고, 모유수유 중인 여성 직원을 위해 최신식 유축기, 세척 및 소독기, 냉장고 등 수유에 필요한 설비를 갖춘 수유실을 운영해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근무시간 조정제(Flexible Working Hours)’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출산·육아와 관련된 정부와 회사의 제도를 소개한 ‘일·가정 양립가이드’를 제작·배포해 직원들이 다양한 복지정책을 이용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여성 영업사원을 뽑는 한국MSD는 임신한 여직원을 위해 임신검진 휴가와 출산 비용 등을 지원하며, 출산휴가시의 경우 마지막 3개월까지 급여를 100% 지급한다. 또 출산 후 1세 미만의 영아가 있는 여직원들의 경우, 자녀가 만 12개월이 될 때까지 하루에 1시간씩 단축해 7시간 근무를 할 수 있으며,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 (정규직 신분 유지)으로 근무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오전 7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원하는 8시간을 선택하는 ‘근무시간 연동제’도 활용할 수 있다.

사노피아벤티스는 ‘입사시 연차 22일, 추가 5일(여름휴가)’ 등 눈치 보지 않고 연차를 쓸 수 있다는 점과 탄력근무제라 출근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장기근속 비율을 높이고 있다. 출산 휴가도 눈치 보지 않고 사용 할 수 있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 현황 조사 결과, 전체 임원 중 여성은 2.3%에 불과했고,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은 여성임원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여성임원 50명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여성 임원이 적은 원인으로 출산·육아 등에 따른 경력 단절(61%)을 꼽았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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