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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재환에 대한 여론은 그리 달갑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 실린 김재환의 기사 마다 비판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6년 전 그가 복용한 금지약물이 아직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김재환이 복용한 약물은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목록에 포함된 종류다. 이는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빠르게 근육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당시엔 여론이 심각하지 않았다. 김재환에 내려진 징계도 고작 10경기 출장정지에 그쳤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는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경각심이 훨씬 더 부족했던 때다.
하지만 지난해 리그 정상급 타자로 자리 잡으면서 당시의 사건이 재조명됐다. 김재환이 징계가 끝난 뒤 언론에 대고 “봉인이 해제됐다”고 말한 것도 뒤늦게 알려져 그의 도덕성을 놓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졌다. 어느덧 팬들 사이에서 김재환의 기록은 순수하게 인정받지 못한다.
혹자는 김재환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활약과 약물은 연관이 없단 것이다.
전문가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스테로이드 종류에 따라 지속 기간은 차이가 있지만 꾸준히 복용하지 않는다면 약효가 길어야 최장 6개월 지속된다는 의견이다.
전문가의 의견대로라면 최근 김재환의 성적은 그의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다. 실제 김재환은 리그 내 대표적인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김재환으로선 비판 여론이 억울할 수 있다.
현재의 성적과 약물 복용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증명하기 힘들기 때문에 여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김재환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거나 삭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재환에 대한 비판이 계속돼야 한단 것은 분명하다. 김재환을 따라다니는 ‘약쟁이’라는 꼬리표는 금지약물에 대한 반감 여론을 만들고 경각심을 조성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하다.
2년 연속 800만 관중 달성을 향해 순항하는 프로야구지만 커지는 규모에 비해 규제와 프로선수들의 의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특히 리그 근간을 뒤흔들고, 공정성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덕목을 훼손하는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인식과 징계는 승부조작과 음주운전에 비해 약한 것이 현실이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KBO는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로 접근 중이다.
2015년 약물 복용이 적발 된 한화 이글스의 최진행에 내려진 징계는 30경기 출장정지였다. 같은 해 음주운전으로 6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정찬헌보다 가벼운 징계 처분을 받았다.
언론 역시 경각심이 부족하다. 김재환의 신기록 자체를 보도할 순 있다. 하지만 그의 지난 과거를 역경으로 표현하거나 단순한 ‘실수’로 포장해선 안 된다.
약물 복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김재환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비로소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김재환이 은퇴하기 직전까지 ‘약물복용’이라는 꼬리표는 뗄 수 없을 것이다. 금지 약물 복용은 김재환이 끝까지 안고 가야 할 무게이자 짐이다.
비판 여론을 김재환에 대한 ‘질투’라고 치부해선 곤란하다. 김재환의 약물 복용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관중들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 데서 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당한 현상이다. 원색적 비난은 곤란하지만 김재환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비판은 지속돼야 한다.
김재환에게서 꼬리표가 떨어지는 순간 제2의 최진행, 제3의 김재환이 나올 것이다.
KBO는 최근 구단 고위 관계자와 심판의 금품 거래 사실이 알려져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로야구가 진정한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여전히 풀어나가야 될 숙제가 많다. 그 가운데는 금지 약물에 대한 엄격한 차단과 징계도 포함된다.
지난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이 9초92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적 스타 우사인 볼트는 9초95로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관중들은 볼트에게 박수를, 게이틀린에겐 야유를 퍼부었다. 게이틀린이 볼트의 은퇴무대를 망쳤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과거 2차례 금지 약물을 복용한 탓이다.
공정한 1등이 박수 받을 수 있는 리그. KBO가 나아가야 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