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군함도 사진 등 日 강제동원 기록물 사본 공개

국가기록원, 군함도 사진 등 日 강제동원 기록물 사본 공개

기사승인 2017-08-13 15:53:17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일본 서남(西南)한국기독교회관으로부터 기증받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 사본 6000여점을 13일 공개했다. 이 기록물에는 군함도를 촬영한 사진 등이 포함됐다.

국가기록원은 “이번에 기증받은 기록물은 일본 내 강제동원 연구자로 잘 알려진 하야시 에이다이(林えいだい)가 수집하거나 직접 생산한 기록물”이라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하야시 에이다이는 조선인 강제동원 연구를 위해 후쿠오카, 홋카이도, 한국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지금까지 ‘청산되지 않은 소화(昭和)-조선인 강제연행의 기록’(1990) 등 57권을 저술한 학자다.

이번 기록물 사본을 기증한 일본 서남한국기독교회관은 규슈(九州) 지역 서남한국기독교가 2007년 설립한 부속기관으로, 하야시 에이다이로부터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수집한 바 있다.

기증받은 기록물은 강제동원된 조선인의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문서와 사진 기록 등 6000여점이다. 일제 강제동원 전문가인 정혜경 박사는 “이들 기록은 하야시 에이다이가 일제 강제동원 관련 저술 등에 이미 활용한 바 있으나, 대량으로 입수되어 공개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증된 기록물 중 1944년8월에서 1945년9월에 걸쳐 메이지(明治)광업소 메이지(明治)탄광(후쿠오카)이 생산한 ‘노무월보’는 당시 조선인이 처한 혹독한 노동 상황 등을 보여주는 중요자료로 평가된다. 1944년 8월 누계 자료에는 탄광에 도착한 광부 1963명 중 1125명(약 57%)이 도주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강제노동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아소 요시쿠마(麻生吉隈) 탄광(후쿠오카) 갱도사고(1936년) 관련 당시 신문 보도내용 등도 주목된다. 해당 신문 기사에는 “갱도 화재사고로 인해 사망 20명, 중상 3명, 경상 12명, 행방불명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적혀있다.

하야시 에이다이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군함도(하시마, 端島) 관련 사진도 여러 점 공개됐다. 군함도는 미츠비시(三菱)가 1890년 사들여 개발한 해저 탄광으로 혹독한 노동조건 탓에 ‘감옥섬’, ‘지옥섬’으로 불렸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공개된 사진은 군함도 전경(前景), 신사(神社) 및 초소(哨所), 세탄장(洗炭場), 조선인이 수용되었던 시설 등이다. 또한 하야시 에이다이가 강제동원 피해 유족 등을 직접만나 촬영한 사진과 면담 내용도 함께 공개됐다.

미츠비시 사키토(三菱 崎戶島)탄광(나가사키) 피해자의 유족 사진에는 “부친이 면(面)순사에게 체포되어 연행된 후 1944년 병사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모친은 갑자기 가출하고 나는 친척집에 맡겨졌다. 부친의 유골은 전후(戰後) 동료가 가지고 돌아왔다”고 기록돼 있어 강제동원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이상진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장은 “기증받은 기록물을 정리하여 연구자 및 국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 조선인 강제동원 등 과거사 관련 기록물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여 학술연구, 열람 등에 적극 활용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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