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피디가 스케이트장 관리 전문가 됐다고 하더라”

“후배 피디가 스케이트장 관리 전문가 됐다고 하더라”

[인터뷰] 조능희 PD, 가는 길은 멀고 험해도 “즐겁게 버티자”

기사승인 2017-08-15 00:07:00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시사교양국의 시사를 떼어버린 건 제작진의 경험과 역량을 와해시키려는 술수조능희 PD의 말이다

지난 3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그는 전날 주조정실에서의 밤샘 근무를 마쳐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가 과거의 신뢰를 회복할 확률을 묻자 ‘100%’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정 방송과 올바른 보도에 대한 그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받아쓰는 보도에 대해) 그런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의 학급일지와 다를 바 없다. 정부 정책을 비판·감시해야 하는 언론인들은 준비를 해놔야 한다.”


-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한 게 얼마나 됐나.

2014년 이후로 제작에 못했다. 170일 파업 이후 비제작부서에 1년간 있었다. 지금은 주조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 외에도 100여명이 본업에서 배제되어 있다. PD와 기자들이 스케이트장에서 음악 선곡을 한다. 한 후배 PD는 자신이 스케이트장의 빙질 전문가가 다 됐다고 그러더라. 기가 막힌다.

- 이른바 울화병이 치밀어오를 것 같다회사로부터 온갖 모욕을 받으면서도 버티는 이유가 한편으론 궁금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꼴을 보면 울화병이 생기겠지. ‘즐겁게 버티자고 한다. 가는 길이 멀어도, 멀고 험해도 즐겁게 같이 가자고 말이다.” 

사원들은 국민을 위한 방송을 했다는 경험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다시 그런 방송을 하겠다는 희망으로 버틴다. 파업에 실패하면 세 개가 들어온다. 노조 집행부와 평조합원들의 해고와 형사고소, 그리고 손배가압류다. 전 집행부 중에 손배가압류 때문에 이사를 가지 못하 사람도 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회사의 회유가 온다. 일부는 넘어가기도 했다. 노조를 탈퇴하면 이런 불이익은 멈춘다. 어용노조도 생겼다. 사측에 투쟁한 노조는 회사의 노조파괴로 인해 소수 노조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노조를 지켰다. 2012년 파업 이후 5년 동안 온갖 탄압을 받아가면서도 꿋꿋하게 지켰다. ‘이겨내서 반드시 시청자 국민에게 바른 방송을 하자.”

- 김장겸 사장 퇴진 요구가 거세다.

방송을 망친 대가로 사장 자리에 오른 거다. 를 망가뜨린 사람이다. 김장겸 사장은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현재의 에서 누가 그의 말을 듣겠는가. 그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누가 인정하겠는가. 다만, 호가호위했던 이들로부터 바람막이가 되어 달라는 요구를 듣고 있는 것뿐이다.”

- MBCPD수첩 등 탐사보도도 축소됐다. (현재 PD수첩 제작진은 제작거부에 나선 상태다)

사실 탐사보도의 객관적 조건은 방송이 월등하다. 인원과 장비는 물론, 역량도 갖추고 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약화된 건 시대적 문제가 아니다. 탐사보도의 축소는 간부들이 편집권에 있어 자율성과 창의성 등 언론인의 사명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PD수첩 상황이 그렇다. 이렇게 시사 보도를 망친 책임자들이 출세하고 사장까지 됐다. 시청률이 떨어지거나 신뢰도가 낮아지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부장·국장·본부장·앵커 교체 등을 포함해 개선책을 찾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직 망쳐간 자들만 승승장구했다.”

- 현재의 는 취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타사 기자에게 취재원의 연락처를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 모든 제보는 에 가장 먼저 왔다. 그냥 받아쓰는 리포트는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나마 취재원 연락처를 물어본 것도 기특한 거다. 나름대로 취재를 하려는 몸짓이 아닌가. 베껴쓰지 않으려 한 것만 해도 다행이지. 지금의 가 이렇다.”

- 과거 의 보도를 부정하는 뉴스를 기자가 리포팅하더라.

이런 사람들이 를 망쳐온거다. 차마 뉴스라고 할 수 없는 리포트가 나간다. 간부들은 이를 조장하고 장려한다. 이러한 간부나 기자들은 정권에 충성하면 본인의 출세길이 열리는 줄로 알고 있는 듯 하다. 정권이 영원할 줄 알았던 거다. 적폐세력의 공범자들이다.”

- 최근 최승호 PD공범자들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최승호 PD1년 선배로, 시사교양국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함께 일했다. PD<뉴스타파>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을 잘 안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요구란 제대로 된 언론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PDPD수첩이 했지만, 지금은 하지 못하는 보도를 거기서 하고 있다. PD수첩에서 보도했다면 훨씬 더 영향력이 있었을 것이다.”

- 과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당시의 선수들이 지금 에 그대로 있다. 기자·PD·아나운서·엔지니어조차 그대로다. 과거에는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치열한 내부 비평이 있었다. 다시 그런 방송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는 끝났다? 천만에. 우리는 과거 정권을 감시·비판하고 사회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랬던 방송인들 스스로 약자의 입장을 경험까지 했기 때문에, 정상화되면 더 빨리 확실하게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 공정 방송, 바른 보도란 도대체 뭘까.

비판과 감시다. 국민들은 권력자가 정책을 집행할 때, 그 한계와 문제를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귀 기울이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줘야 한다. ‘앵무새 언론이 되어선 안 된다. 끝도 없이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해야 한다.

그걸 못하게 하려는 회사에 대항코자 협회를 만들고 노조를 만들었다. ‘우린 교과서대로 하자. 공정보도하자고 말이다. 노조는 월급과 휴가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공정방송을 위한 법과 제도적 절차를 만들었다. 구속되고 감옥가면서 오롯이 희생의 산물이다. 해직, 정직, 승진 누락을 감수하면서 우린 조합을 지켰다. 그 결과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와 광우병, 군납비리 폭로와 같은 방송이 나갈 수 있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4일 김재철·안광한·김장겸·백종문·박상후 등 MBC 전 현직 사장과 간부들이 최승호 감독과 <뉴스타파>를 상대로 영화 공범자들에 대한 영화상영금지등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