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당초 우려됐던 ‘줄 퇴원’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경기도의 상황을 보면, 지난 5월 30일 법 시행 직후 한 달 동안 경기도내 퇴원 환자 수는 172명으로 기록됐습니다. 현재 경기도에는 121개의 정신건강 의료기관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1만400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고요. 전국적으로 보면 정신요양시설에 입원해있는 환자들은 6월 기준 7만6600여명입니다. 보건당국은 의료계의 우려와 달리, 1만9000여명의 대규모 환자 퇴원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퇴원 환자들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돌봄 인프라는 아직 제자리걸음입니다. 당초 우려의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상계백병원의 이동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 교수는 지난 5월 30일 본지 보도 직후 1만9000명의 퇴원 환자 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었습니다.
“입원 환자 중 자·타해 위험은 사라졌으나 일상생활기능이 저하된 상태여서 퇴원 후 가족이나 지역사회기관의 돌봄이 필요한데, 그런 돌봄을 받을 수 없어 입원이 계속되는 환자가 30% 내외가 됩니다. 이런 분들은 개정법에 따라 퇴원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퇴원하게 되는 분들이 입원 연장 심사를 받게 되는 수개월에 걸쳐 최대한 1만 9000명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또한 다음의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2인 진단을 위한 전문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퇴원 하게 될 사례도 있을 것입니다. 최대 1만9000명 이상이 퇴원은 그 시기가 2주 이내는 아니며, 수개월에 걸쳐서 일어날 것입니다.”
이상의 견해는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습니다. 다만, 개정법 시행 당시 극심했던 갈등의 방향과는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연 정신장애인 돌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그리고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 프로그램은 준비되어 있는가를 말이죠.
정신장애인을 병원에 입원시켜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역사회에 정착토록 유도하는가’라는 질문이야 말로 궁극적인 보건정책의 방향일 것입니다. 정부의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계획이 세워져야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이를 위한 충분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 재원 마련 방안 역시 시급합니다.
법 시행 초기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것은 정책 결정자들의 인식입니다. 수치보다 정신장애인 개개인의 사례를 찾아보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경기도의 퇴원 환자수를 바탕으로 보건당국이 법 시행의 합리성과 당위성을 찾는 것은, 의료진과의 척을 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완벽한 준비 하에 법과 정책이 시행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변화와 혁신은 대개 시일이 소요됩니다. 보건당국은 대중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식 제고 캠페인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인프라 구축 드라이브를 ‘세게’ 걸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재원도 좀 빨리 마련했으면 하고요.
정신건강보호법 실행 석 달, 향후 퇴원하게 될 정신장애인들이 부디 시행 초기의 혼란함에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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