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숫자를 다루는 기관에 공신력 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숫자는 정직하지만, 숫자를 모아 결과를 내는 것은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통계는 숫자를 어떠한 방식으로 집계하고 정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기록이 되는 수치를 정리하고 공시하는 기관이 공정하고 신뢰할만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반 판매량 집계 기관인 한터차트는 지난 17일 공식 SNS를 통해 연달아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 직원이 특정 아이돌 그룹 팬 커뮤니티에 한터차트의 직원임을 명시하고 편파적 성향의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글에서 한터차트의 새로운 서비스와 홈페이지 개편, 플랫폼 확장 등이 특정 팬덤에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야 할 내용이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사심을 담아 유출된 것이다.
이 직원은 게시물 아래 댓글에서 차트 개편 방향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팬덤의 음반 공동구매에 관해 “논의 대상”이라고 언급해 관련 개편을 예고했다. 중국 팬의 대량 구매가 국내 음방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일부 지적에 수긍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아이돌 팬덤 전반이 문제를 제기하자 한터차트는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입장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한터차트는 문제의 글을 작성한 사람이 기관 소속임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직원 개인의 독단적이고 그릇된 행동을 사과한다는 것. 해당 직원을 중징계 처리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공적인 신뢰가 생명인 집계 기관의 이름 아래 이뤄진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사건이다.
하지만 한터차트는 이 입장문을 통해 다시 한 번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한터차트는 이 글에서 “논의 대상인 중국 공구 물량에 대한 건은 정상적인 집계가 아닌 방법을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가려낼 수 있을지”라며 “중국 공구를 배제하겠다는 것이 아닌 정상적인 루트 이외 경로로 제보가 되는 물량에 대한 집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명에 K팝을 사랑하는 중국 팬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더불어 중국 팬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동구매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룹 엑소의 중국 팬덤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중국 음반 공동구매는 현재 한터차트가 가맹한 신나라에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어떤지 자국민이 제일 잘 알기에 혹여 피해가 갈까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잡음이 나오지 않게 투명하게 진행한다. 어떤 점이 문제되고 있는지 밝힌다면 모든 증거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공동구매를 직접 언급하며 중국이라는 국가를 겨냥한 이유가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인지, 특정 팬덤에 대한 것인지, 국가와 인종에 대한 차별인지 묻고 싶다”고 한터차트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이돌 시장에서 음반 판매량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수치다. 좀처럼 실물 음반을 사지 않는 시대이지만 아이돌 팬만은 꾸준히 앨범을 구매한다. 아이돌 팬덤의 규모나 결집력을 가늠할 때 음반 판매량은 주요한 기준이 된다. 아이돌 팬의 앨범 구매는 물건을 사는 행위인 동시에 좋아하는 아이돌을 가장 본질적으로 응원할 수 있는 행위다. 수치는 기록으로 남고 기록은 영광이 된다. 아이돌 팬덤이 음반 판매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한터차트는 이번 사건과 이에 대한 대처를 통해 스스로 공신력의 부재를 증명했다. 이번 일은 20년간 비대해진 K팝 시장이 그에 걸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아직도 시스템이 아닌 주먹구구식으로 시장이 운영된다는 실망감은 또다시 팬들의 몫이다.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한터차트 관련 정정 보도문
쿠키뉴스는 지난 18일 ‘[새우젓의 시선] ‘아직도 주먹구구’ 한터차트, 스스로 증명한 공신력 부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이 과정에서 중국 팬덤의 음반 공동구매에 관해 ’논의 대상‘이라고 언급해 관련 개편을 예고했다. 중국 팬의 대량 구매가 국내 음방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일부 지적에 수긍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부분을 정정합니다.
논란이 되었던 개편 관련 내용에 관해 한터차트의 해당 직원과 회사 측은 직접 발언한 적이 없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한터차트 측은 판매량 집계 방식이 모두 전산으로 자동 입력되고 있으며, 국가를 막론하고 국내에서 판매된 수출 물량이라면 판매지수가 모두 빠짐없이 공정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이에 ‘주먹구구’및 ‘공신력 부재’라는 표현 을 바로잡습니다.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