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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문대찬 기자]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투수 배영수(36)가 자칫 커리어 전체를 부정당할 위기에 처했다. 부정투구 논란이 심화되면서 그의 과거 등판까지 재조명되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스포츠의 ‘주간야구’는 배영수의 부정투구 논란에 대해 다뤘다. 배영수가 로진백을 들어 글러브에 털고, 로진을 유니폼 바지에 묻힌 뒤 공을 문질러 닦는 모습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출연자인 이순철 해설위원을 포함한 3명의 위원들은 표현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모두 ‘배영수가 부정투구를 한 것이 맞다’는 것에 의견을 통일했다.
배영수는 처음 주간야구 측에 “부정투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논란이 점차 심화되고 KBO마저 부정투구를 인정하자 그제야 “실수였다”고 서둘러 무마했다.
공론화가 늦어졌을 뿐이지 사실 그의 부정투구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6월22일 넥센전과 6월28일 kt전을 비롯해 7월12일 롯데전 등 배영수의 부정투구 동작을 갈무리한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8월20일 7이닝1실점으로 호투한 롯데전에서 또 다시 부정투구가 적발 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KBO 야구규칙 8.02 a-4항 따르면 투수는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거나 공에 어떤 것도 직접 발라서는 안 된다. 또한 투수에게 허용된 로진을 팔과 모자, 바지 등에 묻히는 행위를 해선 안 되고 로진을 집어 들고 털어내는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배영수가 행한 부정투구는 ‘샤인볼’의 일종이다. 샤인볼은 공을 마찰시켜 미끄럽게 만드는 공을 말한다. 샤인볼을 이용해 투구하면 공이 손에 더 잘 달라붙고 공을 강하게 챌 수 있다. 자연스레 공의 회전수 변화, 변화구 각도 변화 등 구위가 상승된다. 엄연한 반칙인 셈이다.
실수라는 배영수의 말을 납득할 수 없다. 그는 올해로 19년차 베테랑이다. 로진을 글러브에 털고 공을 유니폼에 닦는 행위가 부정투구인지 몰랐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오랜 기간 부정행위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삼성 시절 배영수의 투구도 부정투구로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다. 한 네티즌이 제시한 영상 갈무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1차전 당시 9회 등판한 배영수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자연스럽게 로진을 집어 글러브에 대고 턴다. 삼성 시절 배영수의 투구 동작을 직접 촬영한 어느 영상에서도 동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부정투구 유무를 떠나 배영수가 언제부터 부정투구를 행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점화되는 상황이다. 배영수의 해명대로 부정투구의 기준을 정말 몰랐다면 데뷔 직후부터 습관처럼 지금과 같은 행위를 했을 수 있다.
반대로 인지 상황에서의 부정투구라면 2008년 이후부터일 가능성이 있다. 배영수는 2000년 데뷔 이후 2004년 17승2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부상 등으로 구위가 떨어지면서 2008년부터는 내리막길을 탔다. 재기와 부활을 위한 심정으로 부정투구에 손을 뻗었을 수 있다.
어느 쪽이 확실하다 단정짓긴 조심스럽다. 경기 도중 심판의 지적이 없었으므로 징계도 불가하다. 배영수의 부정투구 논란은 2017년 KBO리그를 달궜던 수많은 이슈 중 하나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배영수에게 ‘부정투구 투수’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 붙을 거란 사실이다. 배영수의 134승은 정말 그의 순수한 기량에서 비롯된 것일까? 누굴 원망할 순 없다. 본인이 평생을 안고 가야 될 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