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취약층의 종착역은 어디?

의료 취약층의 종착역은 어디?

보건당국, 공공의료기관 활성화 방안 고민해야

기사승인 2017-08-25 00:10:00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2016년 11월 25일 ㅅ병원 응급실에 외국인이 실려 왔다. 코말(가명·네팔인)이었다. 횡단보도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진 그를 행인이 신고해 병원에 실려 오긴 했지만, 코말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역만리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코말을 쓰러뜨린 건 다름 아닌 ‘결핵’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긴 꿈속에 갇혀있다.  


코말은 10년 전 한국에 왔다. 공장과 공사현장의 일용직을 전전하던 그는 2013년 4월 결핵진단을 받았다. 반년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이듬해 5월 다제내성결핵 판정을 받으며, 병색은 더욱 깊어졌다. 그해 8월 코말은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했다. 

병이 깊어진 코말이 ㅅ병원에 후송된 건 예고된 비극이었다. 병원에 오기 전 뇌에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코말은 뇌사상태에 빠졌다. 입원 치료를 진행하던 ㅅ병원은 난색을 표했다. 수천만 원에 달한 입원 치료비는 차치하더라도, 결핵 감염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팔대사관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름 후(2016년 12월 10일) 코말은 공공의료기관인 ㄱ병원 중환자실로 전원됐다. 여기서도 문제는 없지 않았다. 코말이 결핵안심벨트 치료비 지원 상한선을 초과하자, ㄱ병원은 입원치료 불가 판정을 내렸다. 네팔대사관은 결핵 전염력이 소실돼야 본국으로 송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올해 4월 코말은 국립목포병원으로 옮겨졌다. 결핵균은 음전 됐지만 그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다. 호흡보조장치에 의존해야만 숨을 쉴 수 있다. 국립목포병원은 욕창 간호나 식사보조 등을 진행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그는 네팔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네팔에 살고 있는 그의 누이는 항공료를 마련하지 못해 한국에 오지 못했다. 코말의 본국 송환시 필요한 비행경비만 2000여만 원에 달한다.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가 집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취약계층을 비롯해 코말과 같은 외국인 결핵 환자가 마지막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은 전국에 두 곳, 국립마산병원과 국립목포병원이 사실상 전부다. 민간의료기관이 결핵 취약계층환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뻔하다. 환자가 입원 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고, 타 환자 및 의료진의 교차 감염의 우려 때문이다. 

국립목포병원에 입원한 다른 환자들의 상황도 코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2020년까지 ‘결핵안심국가’를 정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공공의료기관이 감당해야하는 결핵취약계층에 대한 방안은 구체화된 게 없다. 현장에선 인력이라도 늘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일례로 국립목포병원의 경우, 28명의 간호 인력이 4개병동 110명의 환자를 돌본다. 한 병동당 7명의 간호사가 3교대로 일한다. 간호사 한 명이 병동의 밤을 지킨다. 더러 ‘문제적’ 환자들 때문에 야간 근무자는 비상벨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혹시 모를 신변의 위협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다. 

“간호등급은 7등급이지만, 서비스는 1등급.”, “중증 결핵환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 부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간호인력 부족으로 어려운 사정의 환자들을 입원시킬 수 없는 현실.”, “국가결핵관리의 최후의 보루.”

국립목포병원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선 자부심과 현실의 팍팍함이 혼재되어 있다. 김천태 병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자를 돌보다 결핵에 감염되는 안타까운 일마저 있다”면서도 “‘국가결핵관리의 최후의 보루’라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가 마지막 결핵 저지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공공의료기관은 자의반 타의반 의료 취약계층의 마지막 종착지이다. 현재 상당수의 공공의료기관은 소위 ‘마른 수건 짜기’ 상태에 직면해 있다. 공약은 쉽지만, 현실은 멀다. ‘최후의 보루’가 붕괴되지 않으려면 보건당국은 어떤 방안을 간구해야할까?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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