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범벅 생리대…여성들, 직접 성분 알아보고 대안 찾는다

화학물질 범벅 생리대…여성들, 직접 성분 알아보고 대안 찾는다

기사승인 2017-08-26 05:00:00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생리주기 불규칙과 생리혈 감소 등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 유해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소비자들이 생리대의 화학물질 성분을 직접 문의하고 대안생리대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는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비슷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릴리안이 실제 유해한지 식약처의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애꿎은 피해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 모임' 카페 회원 수는 사흘 만에 약 8500명으로 늘었다. 

◇ 생리대의 구조 보니…화학물질 덩어리 

생리대는 기본적으로 부직포와 펄프로 이루어진 제품이다. 그래서 주로 제지회사들이 진출해 있다. 이들은 화장지와 기저귀 등을 함께 만드는 일회용품 회사들이다.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2016년 기준)은 유한킴벌리 57%, LG유니참 21%, 깨끗한나라 9%, 한국P&G 8%로 4개 업체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생리대의 주요 성분은 부직포, 면상펄프, 흡수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깨끗한나라와 유한킴벌리는 자사 생리대 제품에 대한 전성분 공개를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꼼꼼이 주요 성분을 따져보지만 공개된 정보로는 성분을 확실히 알 수 없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깨끗한나라 릴리안의 전성분공개를 참조하면 우선 패드는 커버, 날개, 흡수체, 방수층, 접착용 글루, 박리지로 이뤄졌다. 커버는 순면부직포, 날개는 부직포(PE/PP 섬유)로 이뤄져 있다. 

흡수체는 부직포(PE/PET 섬유), 고흡수시트_에이(PE/PP, PE/PET, 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 흡수지, 아쿠아키프(폴리아크릴산나트륨가교제) 면상펄프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눈에 봐도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가는 걸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여기에 검증되지 않은 화학성분이 포함되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방수층은 폴리에칠렌필름(투습성방수층), 접착용 글루는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 박리지는 실리콘 코팅 종이로 되어 있다. 개별포장지는 부직포로 되어 있고, 테잎은 부직포 테입으로 되어 있다. 

또 유한킴벌리 화이트의 전성분 공개를 참조하면, 패드만 봤을 때 패드의 날개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섬유로 이뤄진 부직포, 색소가 들어간다. 흡수체는 우드셀룰로오스섬유, 폴리에틸렌섬유, 폴리프로필렌섬유, 폴리에스터섬유, 비닐아세테이트, 에틸렌코플리머 등이 들어간다.  

이처럼 화학물질이 생리대에 많이 들어가고 있어 생리대의 안전성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검열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흡수체 원료의 경우 다른 공장에서 사 와서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릴리안 관계자는 주요 성분 중 일부는 다른 회사 공장에서 납품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지난 3월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생리대 10여종에서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검출됐다는 자체 실험 결과가 나왔다. 약 200종의 TVOC가 방출됐고, 이중에는 벤젠·톨루엔·스티렌·벤젠·메틸벤젠 같은 독성 화학물질도 20종이나 포함돼 있었다. 휘발성 물질의 농도는 제품별로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당시 TVOC)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이 바로 릴리안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였다. 릴리안 생리대에서 검출된 TVOC는 평균의 1.5배, 최저 검출 제품의 2.7배였고, 릴리안 팬티라이너에서는 최저 검출 제품의 9.7배에 달하는 TVOC가 나왔다. 

여기에 식약처의 생리대 품질관리 기준은 형광증백제, 산·알카리, 색소, 포름알데히드, 흡수량, 삼출 등 9개 항목만을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TVOC 성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유기화합물질에 주목하고, 직접 회사에 전화를 걸어 제품의 원산지와 생산 공장, 성분을 직접 물어보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까페에서는 "고분자 흡수체는 생리대의 핵심 성분인데, 이 원료의 생산지와 제조공장, 제조회사를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 릴리안 사태에 패닉 빠진 여성들...대체 생리대 고른다 

여성들은 릴리안 생리대의 유해성 논란에 패닉에 빠져 안전한 생리대를 찾으며 해외 직구를 고려하고 있다. 여성 커뮤니티 채널에서는 서로 알고 있는 안전한 생리대 브랜드를 찾으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생리대의 성분과 원산지, 원자재 종류를 아는 대로 정리해 놓은 글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들이 릴리안 등 국내 브랜드의 대용으로 고민하는 것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나트라케어, 콜만 등 외국 브랜드다. 나트라케어의 경우 영국 환경운동가인 수지 휴스 여사가 만든 친환경 생리대로 각광받고 있다. 콜만의 경우도 82%가 오가닉코튼이고, 18%가 생분해성 바이오폴리머로 이루어져 있어 친환경적이다. 

이미 건강식품 직구 사이트인 '아이허브' 등에서 나트라케어와 콜만은 일시품절 상태에 놓일 정도로 소비자의 불안감이 심각하다. 몰테일에 따르면 건강식품 사이트인 '비타트라'에서도 금주 생리용품 해외직구 건수를 집계한 결과 생리용품 구매 비율이 전주 대비 약 6.6배 상승했다.

글로벌 기업인 P&G의 위스퍼의 코스모 브랜드도 메모리폼 생리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제품이지만 유기농 생리대를 표방한 제품들도 인기다. 스타트업인 해피문데이라는 생리대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중소업체인 제이투엘에프에이에서 만드는 유기농본이라는 생리대 브랜드가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 

대안생리대라 할 수 있는 면생리대와 생리컵을 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면생리대는 순면으로 만든 생리대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생리컵의 경우국내에서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국내에서 판매가 되고 있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직구로 찾고 있다. 

면생리대를 오랫동안 착용했다는 한 여성은 "면 생리대는 착용할 때 생기는 습진이나 간지러움, 냄새가 전혀 없다"면서 "흡수력이 낮아서 샐 염려가 있는 게 단점이지만 양이 적을 때는 면 생리대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생리컵을 사용한다는 한 여성은 "생리컵을 직구해서 쓰고 있는데 생리한지 모를 정도로 매우 편하다"며 "끼울 때 조금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쉽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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