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며칠사이 사법부의 판단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원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대해선 “재판 잘못됐다”고 주장한 민주당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5년형과 관련해선 “사법부의 냉철한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여당이 사법부 중립성을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은 그동안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정권에 눈치보기에 급급했다고 맞받아 쳤다.
당사자인 법조계는 여당의 비판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25일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재용 삼성부회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을 존중하고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은 누구에게나 어떠한 차별 없이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사라지고, 법과 원칙만이 기준이 되는 대한민국이어야 한다”면서 “오늘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사법부의 냉철한 판결을 국민들과 함께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3일 한명숙 전 총리의 만기 출소와 관련한 성명에서는 “억울한 옥살이에서도 오로지 정권교체만을 염원하신 한명숙 총리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면서 “일부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검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증”이라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은 “한명숙 총리에 대한 2번째 재판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더불어 잘못된 재판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한 14명 대법관 중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은 현재 대법관을 임기가 남아 있다.
야당은 여당의 이런 사법부에 대한 이중적 시전에 대해 일제히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한 전 총리가 출소했는데 민주당에서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는 발언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결정이나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재판에 대해 유죄를 추정하고 압박하는 민주당이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유죄가 확정돼 만기 출소한 분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의 판결과 정당한 집행을 부정하는 발언과 행위에 대해 굉장히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자기들만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라며 “구악 중의 구악”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법부 판결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시민사회의 덕목이다 여당 지도부의 퇴행적인 인식을 개탄한다”며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했다.
개혁보수 자처하는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 지도부 언행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한 전 총리는 잘못이 없는데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유죄가 됐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정말 재판이 잘못됐으면 여당 지도부는 국조를 제안하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정치권의 공방에 대해 법조계는 정치 논리로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근거 없는 비난 같은 경우 사법부 신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 하지 않다”면서 “재판은 법 절차에 따라 객관적 증거와 당사자의 충분한 주장을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소영 처장은 한 전 총리 판결 당시에 전원 합의체 재판에 참여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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