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폭행 사건 때문입니다.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여중생 두 명이 다른 학교에 다니는 여중생을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슬리퍼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고 쇠파이프와 의자를 이용해 머리를 내려쳤습니다. 사건은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의 사진이 SNS에 공개되면서 알려졌습니다. 청소년이 저질렀다고 상상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에 소년법 폐지 논란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소년법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 이 법은 19세 미만을 소년으로 규정하고,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으로 봅니다. 소년범에 대한 중형을 제한, 교화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죠. 때문에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러도 ‘조건부 기소유예’로 처벌을 하지 않거나, 소년 보호 사건으로 분류돼 화해 권고, 보호관찰, 수감명령 등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법 자체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청소년 범죄의 죄질이 악랄해졌고, 소년법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최근 일어난 청소년 범죄 몇 건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5일 알려진 강릉 폭행 사건입니다.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여고·여중 학생 6명이 다른 여중생을 지난 7월 강릉 경포 백사장, 강릉 시내 자취방 등에서 오전 3시부터 7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이들은 주먹과 발로 피해자를 폭행했으며 가위로 위협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타박상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또 현재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3월 발생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경우, 검찰은 피해자를 납치·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했던 주범에게 징역 20년밖에 구형하지 못했습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주범의 나이 탓에 소년법 적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공범은 만 18세를 넘겼기에 무기징역을 구형할 수 있었습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이기도 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소년법과 관련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를 개정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는 특정 강력범죄에는 소년법 특칙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조항과 소년법상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2세로 낮추고,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표 의원은 “우리가 세계아동인권보호협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아동인권보호협약에 있는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보호특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소년법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오히려 미약한 처분을 받은 뒤 가해자가 피해자를 겁박하고 보복하는 행위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보호만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교화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도입된 소년법이 오히려 청소년 범죄자의 처벌 탈피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소년범들이 나오지 않는 사회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우선이며, 나이를 불문하고 범죄에는 응당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