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폭발 사고는 예견된 사고…결국 인재(人災)

STX조선 폭발 사고는 예견된 사고…결국 인재(人災)

사고 직접 연관 있는 방폭등‧환기 시설 미비 알고도 작업

기사승인 2017-09-05 15:18:01

[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지난달 20일 물량팀 노동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폭발 사고는 예견된 인재(人災) 사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51일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크레인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고 역시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로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폭발 사고 직접 연관 방폭등환기 시설 미비 알고도 작업

 

해경 조사 결과 이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실내 방폭등과 실내외 공기 순환을 돕는 시설의 미비점을 원청업체에서 알고도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는 밀폐된 RO(잔유)탱크 안에서 도장 작업을 하다가 폭발이 발생하면서 참변으로 이어졌다.

사고 현장에서는 총 4개의 방폭등이 설치돼 있었는데 사고 후 이 가운데 깨진 방폭등 1개가 탱크 작업장 내 2층에서 발견됐다.

해경 수사본부는 폭발의 원인을 방폭등 또는 피복선 불량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방폭등은 불빛을 내는 전구와 전구를 완전히 감싸는 덮개 유리로 구성돼 있다.

실내 도장 작업 과정에서 방폭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파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거한 4개의 방폭등은 임의로 분해조립된 점이 있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폭등은 관련 자격교육을 받은 사람이 분해하거나 조립할 수 있는데 전기가설을 맡고 있는 하청업체에서 임의로 분해하고 재조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방폭등 4개 모두 완전 패킹(공기차단)’이 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통상 페인트 작업을 하면 분산되는 페인트 입자가 덮개 유리에 묻게 돼 불빛이 약해져 제때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검증된 정상 덮개 유리가 아닌 방폭 기능이 없는 일반 덮개 유리로 교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4개 방폭등 가운데 깨진 방폭등을 포함한 2개는 2007년 이전에 제조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 방폭등 덮개 유리는 20이상의 압력에도 견뎌야 하지만 사고 방폭등은 20압력을 가했을 때 일반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진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 수사본부 관계자는 방폭 기능 덮개 유리에 비해 일반 덮개 유리가 저렴해 경비 절감 차원에서 원청업체도 이 사실을 알고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안전불감증에 따른 예견된 사고였다는 정황은 또 포착됐다.

조사 결과 밀폐된 작업장 내부 공기 순환을 돕는 환기구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매뉴얼에 따르면 해당 작업장에는 실내 공기를 실외로 배출하는 배출기는 4, 실외 공기를 실내로 유입하는 흡입기는 2개가 설치돼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매뉴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배출기 2, 흡입기 1개만 설치돼 있었다.

이에 해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와 별도로 전문가를 동원해 자체 조사에서 실내 공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파악했다.

사고 실내 작업장에는 총 3개 층으로 구분돼 있었는데, 이 중 바깥과 가장 가까운 지하 1층에는 그나마 시간당 환기효율이 있었지만 지하 2층과 3층에는 낮은 환기효율을 보였다는 전문가 소견을 확보했다.

전체적으로 순환되는 공기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활한 환기가 불량해 페인트 도료에서 나오는 가연성 가스가 실내에 고농도로 조성됐을 것이라는 게 해경 판단이다.

해경은 그러면서 사고 이전에도 작업자들이 이런 환경에 노출돼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해경 수사본부 관계자는 하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원청업체 역시 이 규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을 알고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하청업체 직원이 근로계약서 허위 서명 급조

 

사고 직후 1차 하청업체 직원이 지인을 동원해 숨진 물량팀 노동자 4명을 포함해 소속된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를 허위 서명해 급조한 사실이 해경 수사에서 추가 확인됐다.

해경 수사본부는 사문서위조 혐의로 1차 하청업체 직원 등 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발생한 폭발 사고 직후 도장공 37명의 근로계약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고용노동부 점검에서 근로계약서가 체결되지 않은 점이 적발되면 처벌을 받을 것을 염려해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앞서 입건된 1차 하청업체 대표나 물량팀장의 지시로 이들이 노동자들이 2차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허위 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조만간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폭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해경 수사가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면서 형사처벌 입건 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경 수사본부 관계자는 추가 입건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온 뒤 검찰과 협의해 입건자들의 신병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경 수사본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STX조선해양 소속 직원 6, 이 회사 1차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 1차 하청업체 물량팀장이면서 2차 하청업체 대표 등 총 9명을 입건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1135분께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조선소 4안벽에서 건조 중이던 74000t급 석유운반선의 RO(잔유)탱크가 폭발해 이 탱크 안에서 도장 작업 중이던 물량팀 노동자 4명이 숨졌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났다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큰 조선업종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면서 "비단 조선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경비 절감을 목적으로 정작 노동자 안전이 뒷전인 사례가 만연하다. 원청업체에 강력한 책임을 묻는 등 법을 강화해 더 이상 이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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