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정신질환을 갖고 있거나 치매를 앓는 결핵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김천태 국립목포병원장(사진)의 일갈이다. 지난 5일 목포에서 만난 김 원장은 전국에 두 곳 밖에 없는 국립결핵의료기관의 참담한 현실을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4차 산업혁명으로 곧 새로운 세상의 도래할 것 마냥 호들갑을 떨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깨달았다.
빈곤의 병으로 불리는 결핵은 한국에서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리고 그 위험을 매일 직면하는 의료진들은 격무에 시달리다 상당수 내성결핵이나 잠복결핵에 감염되고 있었다. 기자는 인터뷰 내내 보건당국이 과연 결핵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 의사가 오지 않는 병원
-역할론으로 돌아가 보자. 국립목포병원이 존립·성장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매년 사망하는 결핵 환자들은 2000명을 상회한다. ‘편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는 병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환자들이 원하는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과도 5~6개로 확대되어야 결핵 취약계층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인력과 예산 확보는 오롯이 이를 위해서다. 전국에 마산과 목포 2곳에만 있는 국립결핵병원이 제대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할 것 아닌가. 이젠 그럴 때도 됐다.
-만성적인 인력난의 원인은 뭘까.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서 간호 인력을 확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의료진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고생하고 있다. 정규직 의사 3명이 흉부외과 1개만 운영 중이다. 결핵병원은 노인결핵과·내성결핵과·일반결핵과·감염내과·영상의학과가 필수지만, 의사가 없어서 개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으로써 역할과 기능에 현저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데.
병원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의사를 채용하고자 해도 지원자가 없다. 월급은 적고 처우는 열악한데 업무량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민간병원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여건인데, 과장 등 보직 없이 채용한다고 하니 지원자도 없는 것이다. 비록 공중보건의들이 대체인력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이 결핵 진료 지식이 없다보니 새로운 교육이 필요해 연속성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다보니 민간병원에 공공의료 기능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취약지역 공공의료의 기본 틀을 민간병원에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고, 민간의 협력을 받는 형식이 옳다고 본다.
-국립목포병원의 책무는 무거운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건가.
일단 현장에서 필요한 의료를 적재적소에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대학병원에서도 국립목포병원으로 환자를 보낸다. 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비를 낼 형편이 안 되는 환자는 대개 국립병원으로 보내진다. 우리가 지금보다 나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면, 이 같은 의료취약계층을 제대로 돌볼 수 있다. 결핵 환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환자들은 비단 결핵 하나만 앓고 있지 않다. 결핵환자인데 정신질환을 갖고 있거나 치매를 앓고 있다면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갈 곳이 없다.
-보건당국의 지원은 어떤가.
공공의료기관이 제대로 된 공공 의료를 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일례로 2015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결핵 환자의 사망률이 2배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국립목포병원이 결핵 환자를 적극적으로 받아 돌보면서 오갈 곳 없는 환자들이 편한 임종을 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만성적인 인력부족은 해결이 요원하다. 지금과 같은 인력 지원 규모로는 공공의료는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 “편하게 임종할 수 있는 병원 하나쯤 있어야”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으로 1개 병동의 환자 50명을 기준으로 필요한 간호사는 25명이다. 반면 우린 7명이다. 7명 중에서 육아휴직을 내면 당장 의료공백이 생긴다. 아파서 병가를 내면 육아휴직에서 한 달 일찍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추석연휴가 끼여 있으면 공가를 나눌 방법이 없다.
-직원들 중 결핵에 감염되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
매년 직원 중 약 15%에서 잠복결핵이 발견된다. 감염병 관리 기관으로써 환자와 의료진간의 동선분리는 필수적이지만 건물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탓이다. 보호 장치는 마스크가 전부다. 감염이 안 되도록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밖에 없다. 환자를 돌보다가 본인이 내성결핵에 감염되면 2년 동안 요양치료를 받아야한다.
-격무도 한 영향일 수 있겠다.
인력난으로 인해 받는 과중한 스트레스는 감염 확률을 높인다. 병원장으로서 이럴 때 할 수 있는 건 재량껏 힘든 점을 해결해주고 기분이라도 풀어주는 것이다. 국립목포병원의 간호사들은 사실상 승진 기회가 없다. 근무 여건도 매우 열악한데, 그렇다고 적절한 보상을 받지도 못한다. 결핵 감염 위험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환경 등급은 ‘나급’을 받고 있다. 정부의 관심이 어떤지를 알려준다.
-여러 케이스의 결핵 환자를 접했을 텐데, 일반 환자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단 환자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치료가 잘 안 된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기대하는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자포자기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핵 치료를 두고 ‘6개월 동안 약만 먹으면 된다’고 홍보 캠페인에서 말들을 한다. 생각해보라. 반년동안 매번 시간을 맞춰 그 독한 결핵약을 한 주먹씩 복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 때문에 결핵환자들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고 우울하다.
발품을 팔아서 약제비는 부족하지 않게 확보했지만, 새로운 결핵 검사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검사키트 단가가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예산으로 본다면 사실 1~2억이면 해결되는 문제다. 정말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병원인증평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결핵과 전문의만 2~3명만 있으면 수련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련기관이 되려면 병원인증평가가 필요하다. 최소한 5~6명의 전문의를 보유해야 한다. 국립목포병원은 아예 대상기관조차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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