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의 스타일일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 특유의 답변 스타일이 회자되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이 총리의 답변은 “총리의 언어가 변했다”는 사뭇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날선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받아치는 이 총리의 모습에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여유 있는 웃음이, 야당 의원들에게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쿠키뉴스는 눈에 띄는 이 총리의 ‘말 스타일’을 정리해봤다.
화포는 지난 12일 첫 ‘주자’로 나선 이주영 의원(자유한국당)과의 ‘설전’에서 시작됐다.
이주영 의원=“전술핵 배치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안보정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이낙연 총리=“의원님만큼 저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 의원=“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다.”
이 총리=“전혀 안이하지 않다.”
이 의원=“정부를 믿을 수 없다.”
이 총리=“(정부는) 전혀 안이하지 않다.”
이 의원=“전작권 조기 환수는 위험하다.”
이 총리=“문 대통령의 발명품이 아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사이에 합의된 것이 한 글자도 바뀌지 않고 다시 프린트된 것이 이번 한미 공동선언이다.”
그런가 하면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국민의당)의 공세에도 이 총리는 밀리지 않았다. 공격에는 역공으로 맞서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박지원 의원=“백악관은 한국 정부가 미국산 첨단무기 대량구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왜 우리 정부는 이를 숨기나?”
이 총리=“무기 구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의원이) 한국 청와대보다 미국 백악관을 더 신뢰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김학용 의원(자유한국당)이 ‘국민 안전’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며 날선 질문을 던지자, 이번에도 이 총리는 역공을 보냈다.
김학용 의원=“일본 총리는 시도 때도 없이 (미국과) 통화를 한다더라. 그런데 우린 한미동맹이 와해 직전이다.”
이 총리=“한국 국민의 안전에 대해 아베 총리가 더 걱정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 의원=“선문답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
이 총리=“선문답이 아니다. 통화 횟수가 모든 건 아니라는 뜻이다.”
백미는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의 공정방송 관련 질의에서 연출됐다.
박대출 의원=“최근
이 총리=“잘 안 봐서 모른다. 보도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어느 것이 공정한 보도인지 알고 있으며, 찾아서 보고 있다.”
마지막 답변에서 알 수 있듯 언론인 출신인 이 총리는 정치 투신 이후에도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 언어 구현에 능숙하다. 이번 ‘총리 답변 스타일’에도 이러한 강점을 십분 발휘했다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