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감독이 14일 열리는 롯데전을 앞두고 깜짝 선발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1군에서 기록이 전무한 우완 선발 투수 이민우(24)다.
이민우는 경성대를 졸업해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의 1차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고교 때의 혹사로 드래프트 직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회복 기간을 거쳤다. 군복무까지 마친 이민우는 올해 4월에야 팀에 복귀했다. 6월부터 퓨처스리그(2군) 마운드에 올랐고 14경기에 등판해 5승3패 평균자책점 5.97을 기록 중이다.
팀 사정 상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선발 임기영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
불안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KIA는 현재 2위 두산에 2.5게임차로 쫓기는 중이다. 두산과의 맞대결을 전부 승리로 장식하며 고비를 넘긴 KIA지만 다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운드가 무너진 게 크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은 불펜은 물론이고 믿었던 선발마저 흔들렸다. 헥터 노에시가 데뷔 최다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고 13일 SK전에선 돌아온 임창용이 큰 점수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100% 전력으로 맞붙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민우 카드는 ‘비밀병기’라고 하기엔 도박성이 짙다. 게다가 상대는 후반기 KIA를 상대로 모두 승리한 롯데다. 롯데 타자들이 생소한 투수에 낯가림이 심하다는 평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막연한 분석에 불과하다.
김기태 감독으로선 정용운의 사례를 떠올렸을 수 있다.
KIA 팬에게도 생소했던 정용운은 지난 6월4일 삼성전에 깜짝 선발로 등판해 5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반기 3승1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후반기 내리막을 타며 2군으로 내려갔지만 ‘깜짝 선발’ 정용운의 활약은 전반기 내내 KIA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이밖에도 불펜에서 선발로 이동해 깜짝 호투를 펼친 심동섭의 사례도 이민우의 이번 등판에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KIA의 상황에 이민우가 단비 같은 호투를 펼친다면 남은 12개의 매직넘버를 줄여가는 과정이 조금은 순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