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역싸움에 한창인 직능들 이유는

[기자수첩] 영역싸움에 한창인 직능들 이유는

기사승인 2017-09-17 15:04:34
‘또 싸운다.’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한거 같다. 보건의료 직능들이 영역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약사, 한의사 모두와 싸우는 의사협회는 더 바빠 보인다.

의사협회와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을 놓고 성명서전(戰)을 벌였다. 포문은 약사회가 열었다. 최근 세계약학연맹 서울총회에서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세션까지 마련해 논의한 것이다.

이에 의사협회는 성분명 처방에 대한 망상을 버리고, 약사의 본분인 복약지도나 제대로 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약사회는 의사들이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제공받은 리베이트로 수사와 처벌을 받는 현실을 직시하고 의약품 상품명 처방 독점에 대한 허상에서 벗어나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깊이 있게 고민해보라는 성명서로 반박했다.

또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의료기기 앞에 붙은 '현대'가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2명의 국회의원의 입법발의로 불거진 이번 현대의료기기 논란은 의사협회장이 단식까지 들어가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한의사협회는 진단을 위해 X-ray 등 일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의사협회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의사와 한의사의 다툼은 상황이 심각하다. 상대 직능 무시는 기본이고, 일각에서는 상위 1%의 수재들 이었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저속한 표현도 오가고 있다.

이러한 다툼 속에 눈길을 끄는 점이 있다. 바로 집행부들이 처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장은 연일 일선회원들로부터 무능력 지적과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6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불신임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약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부결되기는 했지만 회장 불신임안이 상정됐고, 사퇴권고안과 대의원 명의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은 가결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현재도 많은 약사단체들이 회장사퇴를 촉구하며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한의사협회장 역시 지난 임총에서 해임을 논의하려 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대의원 투표로 회장 해임이 가능하도록 정관이 개정됐고, 일부에서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직능들의 싸움은 회장 사퇴요구 등 집행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시선을 외부로 돌려 내부의 갈등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의 경우만 보더라도 회장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지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논의될 불신임안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의미한 소모전은 정책의 표류를 야기하고 있다. 직능 간 갈등이 고조되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정책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국민을 위해 올바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갈등 보다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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