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불펜이 이틀 만에 또 무너졌다.
지난 13일 SK전에서 무려 10점을 내주며 역전패당한 충격을 채 씻을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는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3대4로 역전패했다. 마무리로 나선 김세현이 1이닝을 책임지지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선두타자 이대호를 잡아낼 때만 해도 승기를 굳히는 듯 했다.
후속타자 강민호와의 승부가 삐끗했다. 8구 승부 끝에 몸에 맞는 볼로 강민호를 내보냈다.
롯데는 강민호를 대신해 나경민을 투입했다. 발 빠른 주자 나경민이 루상에 서자 김세현은 급격히 흔들렸다. 대타로 나온 최준석에 안타까지 허용하며 1사 1,3루에 몰렸다.
김세현은 후속타자 번즈와의 승부도 어렵게 풀어갔다. 볼 2개를 연달아 던지며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이끌어갔다. 결국 번즈에 내야 깊숙한 타구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끝이 아니었다. 후속타자 문규현에 적시타까지 내주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과 거리를 더욱 벌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경기를 지킬 힘이 부족했다.
시즌 내내 불펜 고민을 안고 있던 KIA지만 최근엔 정도가 심하다.
앞서 언급한 SK전을 비롯해 지난 3일에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7대1로 앞서다 9회말 7점을 내줘 역전패를 당한 악몽도 있다.
패전조와 추격조, 필승조를 통틀어 믿고 이닝을 맡길 선수가 없다. SK전 대역전패를 만든 이들은 KIA 불펜의 핵심 김윤동과 임창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김세현마저 무너졌다.
어떻게든 정규시즌 우승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한국시리즈다.
정규시즌과 다르게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무대에선 선수들의 중압감이 훨씬 더 크다. 큰 점수 차도 이겨내지 못하는 불펜이 플레이오프에서 타이트한 점수 차가 주는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단순히 KIA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KIA를 상대하는 팀은 불펜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게 된다. 반면 KIA 타선은 최대한 점수를 많이 내야 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서 성급해질 수 있다.
선두를 달리는 KIA에 지속적인 위기론이 불거지는 것도 불펜 때문이다. 2009년 KIA가 우승할 당시에는 철벽 마무리 유동훈을 비롯한 강력한 불펜진이 있었다.
시즌 막바지까지 KIA를 괴롭힌 불펜 문제가 플레이오프 휴식 기간에 갑작스레 해결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정규시즌 잔여 경기에서 반짝 좋아지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 시한폭탄처럼 KIA를 무너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