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동영 의원이 "지난 5년 동안 건설노동자 32만명이 1조1200억원을 못 받았다"면서 "공사전 미리 돈 받은 건설사가 노동자 임금에 대해서 상습적으로 체불해오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쥐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28일 정동영 의원실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임금체불 규모는 최근 5년간 신고접수된 것만 1조 1200억원에 이르고, 접수되지 않은 규모까지 계산하면 실제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한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 의원은 이런 임금체불에 대해 "발주기관->원청->하청->건설노동자로 이어지는 건설업의 대금지급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사계약이 체결되면 통상 발주기관에서는 건설사에게 공사대금의 일정 비율을 '선급금'으로 지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선급금이 제때 건설노동자의 임금으로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정부 입찰과 계약 집행기준에 따라 선급금은 공사에 필요한 인건비나 자재구입비용 및 보험료 등에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은 당연하다는 듯 한참 뒤에 지급되거나 체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발주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 지방자치단체 5개 국토관리청은 2010년 4대강 예산 총 3조6000억의 36%인 1조3086억원을 선급금으로 원청대기업에 지급했지만 이 중 29%만이 하청업체에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동영 의원은 "쥐꼬리 선급금을 받는 하청업체로부터 임금을 받아야하는 건설노동자의 사정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노임의 경우 선금으로 지급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원청에 지급한 선금 1조3086억원 중 노동자의 몫은 한 푼도 없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 조기집행도 실질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생색내기용 예산 조기집행에 대해 질타했다.
특히 국토교통부의 건설현장 대금체불 조사 결과와 건설노조에서 수집한 임금체불 사례를 비교해보면, 체불액 규모에서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7일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1일부터 11일까지 모든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의 건설현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공사대금 체불액은 106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추석인 167억8000만원에 비해 46.5% 줄어들었다고 자평했다.
또한 국토부가 발표한 철도시설 공단 발주공사의 체불임금 총액은 1억1200만원이다.
하지만 건설노조가 지난 20일부터 일주일간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해 이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임금체불액은 총 12억6000만원으로 국토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와 10배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국토부가 매년 명절 때마다 2~3주 정도의 기간에 걸쳐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의 모든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체불 실태점검을 하고, 그 결과 매년 건설현장에서 체불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낸다"고 개탄했다.
그는 "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목적으로 정부에서는 건설사에 선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것이 임금체불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며 "노무비에 한해서는 국가가 직접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태파악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먼저다"고 덧붙였다.
전주=이경민 기자 jb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