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사 두 가지 고용실험 ‘미국식’ ‘일본식’

[기자수첩]증권사 두 가지 고용실험 ‘미국식’ ‘일본식’

기사승인 2017-10-09 05:00:00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로 삼으면서 증권업계에서도 채용문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개최된 금융권 ‘채용박람회’에서 10대 주요 증권사들이 신규 직원 고용에 나섰다. 

하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고용 창출 보다는 실적, 성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증권사들의 기간제 노동자(계약직)의 비중이 많다. 이들은 일반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과 달리 고액을 받는 전문 계약직이다. 

국내외 말할 것 없이 미국식 성과주의 시스템을 선호한다. 실적 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표적인 증권사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업계 내에서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다. 영업직 사원의 70%가 기본 연봉이 낮은 계약직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과가 특정된 고정비를 넘어설 경우 총 수익의 5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성과급제도를 도입했다. 

메리츠종금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분기(연결기준) 당기순이익 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다. 실적 향상으로 직원들의 급여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는 7102만원으로 전년 대비(6553만원) 8.37% 증가했다.  

그렇다고 미국식 시스템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실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 구조조정으로 인한 직원 이탈 등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소들도 산적하다. 

대신증권, IBK투자증권은 몇 년 전부터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금까지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실적이 부진하다고 판단되는 직원들을 외부 방문판매로 돌리는 아웃도어세일즈(이하 외부판매, ODS)부서의 운영 문제로 법정 공방까지 갔다.

특히 동부증권의 경우 미국식 시스템과 한국식 반노동 정서가 결합되면서 부정적인 사내 문화를 양산해왔다. 

동부증권은 지난해 말까지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통해 C등급을 받은 직원들을 급여에 총 70%에 달하는 임금 삭감을 통해 직원들을 관리해 왔다. 노동계에서는 “저성과자들을 자연스럽게 계약직으로 돌리거나 스스로 퇴사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반발해 왔다. 결국 참다못한 일부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측은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가입을 막고 있다.

이러한 업계 관행 상 신영증권 등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들의 고용 안정성 실험을 눈길을 끈다. 신영증권의 올해 상반기 총 임직원 수는 636명으로 지난해(631명) 보다 직원 고용을 소폭 늘렸다. 특이할 점은 계약직 비율이 전체 1%도 안된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이 기업의 계약직 직원 수는 6명에 불과하다. 

고용이 안정되면 회사 실적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시켰다. 신영증권은 40년 이상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운사이징을 통한 효율성이 회사의 실적을 높일 수 있다는 미국식 신봉자들에게 좋은 반론이 된 셈이다. 이밖에 교보증권 등도 구조조정 보다는 고용 안정성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자는 신자유주의적 미국식 시스템의 기존 증권사와 신영증권의 고용 안정화 실험의 향후 결과를 주목한다. 두 회사의 지향점과 장단점을 절충하는 제 3의 길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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