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대중들에겐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원은 무소불위의 권력이자 베일에 가려진 집단입니다.
국가정보원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도 종종 등장합니다. 영화 ‘베를린’과 ‘아저씨’ 최근 개봉한 ‘VIP’ 등은 전현직 국가정보원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해당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국정원 직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면서도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뛰어난 무술실력은 말할 것 없구요. 영화라는 픽션을 감안하더라도 국정원은 일반 대중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그런 존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국정원에 대한 이 같은 대중의 인식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작금의 국정원은 국가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대중의 조롱거리가 돼버렸습니다.
최근 검찰 등을 통해 드러난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의 실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 수준이었습니다. 그들(국정원)이 국민을 상대로 벌인 심리전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댓글 공작을 넘어서 전방위적인 공작을 벌인 흔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은 일베처럼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알몸 사진을 합성해서 유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방하는 온라인 여론전도 주도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에 대한 퇴출활동을 벌이면서 광고주인 기업까지 압박했다는 정황이 조사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인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프로포폴 투약설을 퍼뜨리는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마 이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얼마만큼 개입했는지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혹자는 국정원도 과거 정부의 피해자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틀린 주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정원의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정원의 개혁은 단순히 일부 정치세력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정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007로서 면모를 다시 세우기 위해선 국정원의 성격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국정원은 대선 개입 등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야 합니다. 국정원의 순 기능을 국가안보를 위한 해외정보 활동을 위한 기구로 변모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국정원은 힐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말 그대로 음지에서 일하는 존재로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위해 활동해야 할 것입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