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미해결과제] 가습기 살균제 참사 6년, 갈 길 먼 피해 구제

[文정부 미해결과제] 가습기 살균제 참사 6년, 갈 길 먼 피해 구제

기사승인 2017-10-03 06:00:00

가습기 살균제 참사 6년. 지지부진했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절규는 현재 진행형이다. 가해 기업들은 사과 하지 않았고 보상은 여전히 요원하다.

6년 만에 첫 단추가 끼워졌다.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8일 청와대 본관에서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책임져야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피해자 구제에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상황은 빠르게 진전됐다. 먼저 피해자 114명이 추가 인정됐다. 환경부는 지난 2015년에 신청한 3차 가습기살균제 피해신청자 205명과 2016년에 신청한 피해신청자 1009명을 심의, 이 중 94명을 정부의 지원을 받는 1·2단계 피해자로 인정했다. 또 이전 조사·판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38명을 재심사, 3명에 대해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피해 정도를 상향했다. 태아 피해 인정기준에 따라 17명을 피해를 인정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재조사에 들어갔으며, 정부는 살균제 모든 성분의 위해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천식 환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문제는 정부의 구제 속도가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천식만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빠른 피해 인정을 촉구한 질환 중 하나였지만, 정부의 승인에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기업의 사과 역시 마찬가지다. ‘애경’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부분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사는 지금까지 그 어떤 사과나 배상을 하지 않았다.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한국법인 대표가 지난해 5월 5년 만에 사과에 나섰지만 ‘진정성 없다’는 피해자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강찬호 대표는 “물론 과학적 객관성과 전문가 의견을 무시할 수 없지만, 제때 판정되어야 할 사안들이 너무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피해자의 몫이 된다”고 토로했다. 강 대표는 “대통령 사과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법과 제도는 항상 저만치 떨어져 따라온다. 그동안 많은 피해자가 고통을 입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모든 역량을 투입해 관련 사안을 빨리 진행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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