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익 PD와 배우 문성근이 2013년 OCN 드라마 ‘처용’에서 하차한 이유가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에 따르면 임찬익 감독은 ‘처용’ 1~5회 촬영과 편집을 마친 2013년 11월 CJ 측 담당 팀장으로부터 배우 문성근의 하차와 출연분 전체 삭제를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거부한 임 PD는 결국 문성근과 함께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됐다. 그동안 CJ E&M 측은 “제작비 부담과 드라마 구성상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해왔다.
지난 16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문성근은 “4회까지 찍었을 당시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8회까지 빠지고, 9회와 10회에 출연해서 정리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해명이랑 똑같이 제작비 부담이 크고 드라마 구성상 문제가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당시 나도 이에 동의했다”고 촬영 변경 통보를 받았던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후에 그의 분량은 사라졌고 연락도 없었다. 문성근은 “9회를 촬영할 때 연락이 없어서 의아하게 생각을 했다”며 “1~4회까지 출연했는데 통 편집됐고, 이후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방송 사상 이런 일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바빠서 별도로 확인은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지난해 봄에 임찬익 PD가 나를 통편집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가 잘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CJ E&M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이재현 회장의 구속과 보수 언론의 압박 등으로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CJ E&M의 결정일 뿐, CJ 그룹이나 청와대 지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반영 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성근은 “그 후에 CJ E&M의 투자 행태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는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고 있었다는 부분이 확실히 보인다”며 “그래서 그 해명이 제대로 된 해명으로 생각되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성근은 지난달 18일 국정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