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2356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초 박영수 특검이 추산한 손해 1388억 원보다 1000억 원을 상회한 액수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발표 이후 올해 10월까지 약 2356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손실액 중 합병된 삼성물산에서의 손실은 1663억 원(70.6%)에 달했다. 위탁투자 손실액(1310억 원)은 직접투자 손실액(1046억 원)보다 더 많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국민연금의 손익 계산 시, 계산 시점 시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 의원은 합병발표일이 아닌 합병기일부터 계산한다면 손실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합병과 관련해 올해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내부감사는 건너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합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직원은 징계는커녕 되레 승진하는 비상식적인 인사 조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의 1심 판결문에 등장한다. 다음은 판결문 중 일부다.
피고인(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중략) OOO에게 이 사건 합병 성사시 국민연금공단이 입게 되는 손실 약 1388억 원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합병 시너지 효과로 인한 이익을 산출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하였다.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OOO는 같은 날 이 사건 합병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너지 효과가 약 2조 원이므로 리서치팀 직원 OOO에게 이 사건 합병으로 인해 2조원 상당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여 보고할 것을 지시하였고, OOO은 단 하루만에, 실제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아무런 검증도 없이 2016년~2017년 두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2025년까지 매년 증가할 것으로 막연히 전망하여 그 증가 폭을 기계적으로 5% 단위로 매년 5%, 10%, 15%, 20%, 25%로 적용하여 계산하고, 그 중 10% 증가율을 선택했을 때 2025년까지 두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합산액의 현재 가치가 약 2.1조 원으로 계산되어, 삼성그룹에서 발표한 합병비율에 따라 합병이 성사될 경우 발생할 손실을 상쇄하기 위하여 필요한 '2조원’에 근접하게 되는 것으로 계산되자, 두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10%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근거가 없음에도 10% 증가율 수치를 선택하여 ‘두 회사가 합병되면 2.1조 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라는 분석 자료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그 무렵 OOO로부터 OOO이 위와 같이 작성한 분석 자료 내용을 보고 받고 OOO에게 투자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위와 같이 수치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위 분석 자료를 설명하라고 지시하고, 2015. 7. 9. 조남권에게 이 사건 합병 안건을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 보고하였다.(후략)
정춘숙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연금공단이 잘못된 방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을 결정하는 바람에 64.9만 명에게 지급할 수 있었던 노후보장자금이 손실을 입었다”면서 “국민연금공단이 내부감사는커녕 관련자를 오히려 승진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개입과 관련 국감에서 관련자 책임요구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것”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