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해마다 취업준비생들은 다양한 기업과 직무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취업에 있어서도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서는 지원 기업과 직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우선이다. 이에 쿠키뉴스는 각 기업의 실무 담당자들을 만나 취업과 관련한 생생한 조언을 듣는 ‘듣고 보는 잡(job)’ 기획을 연재한다.
지난 18일 오후 이화여대 인근에서 허민 쏘우웨이브(Sawwave) 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부산에서 막 올라온 참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유쾌했다. 허 부사장의 여러 이력을 관통하는 것은 ‘공공성’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 기자에게 “라이센스보다 가능성, 잠재력, 경력이 우선되는 사회야 말로 진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일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 이름이 한 번에 확 들어오네요.(웃음)
“그런가요?(웃음) 아버지께서 왕이 호령하는 태몽을 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옥돌 민(玟)자를 써서 이름을 지어주셨죠. 전 마음에 들어요.”
-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영유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공공정책을 공부하고 있다고요.
“일단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웃음)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12년가량 열심히 일했죠. 현장에서 얻은 교훈이 커요. 고민도 많이 했고요. 그러다 우연히 일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고 충격을 받았죠.”
- 충격이요?
“일본은 0세에서 2세까지의 영·유아가 엄마와의 풍부한 정서적 공감을 받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어요. 그게 가능토록 사회 인프라도 갖춰져 있었고요. 충격을 받았죠. 현장에서 제가 교육을 하면서 느꼈단 답답함을 그들은 이미 정책으로마련해놨던 겁니다. 영유아 시기는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시절입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스킨십’을 받지 못한 결과는 청소년기에 좋지 못한 영향으로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걸 일본은 일찌감치 법으로 정해놓았으니까 무척 놀랐죠.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죠.”
-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활동만으론 부족하다고 여기게 된 계기가 된 것이군요.
“네. 교육현장도 중요하지만, 한국 보육의 미래를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보니 우리의 앞날이 그리 밝진 않다는 우려가 컸어요. 교육자이자 저도 세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니까요. 이후 자녀 양육과 부산 지역 내 크고 작은 활동에 전념했어요. 그래도 답답함은 없어지질 않더라고요. 그 즈음부터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고요.”
*허민 쏘우웨이브 부사장은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석사 수료를 앞두고 있다.
- 현재 몸담고 계신 기업 이야기를 해보죠. ‘쏘우웨이브’에서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신데, 좀 의외이긴 합니다. 교육에서 다시 ICT 분야로의 이탈? 외유?
“그런 건 아니에요.(웃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우연한 기회에 합류하게 됐어요. 쏘우웨이브는 연구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는 기업이에요. 기술력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요. 전 영업과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느라 고생을 좀 했죠.(웃음) ICT 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한 가지 안타까움은 있어요. 4차 산업혁명이나 정보통신분야 등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뤄지지만,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배제되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부분이 답답하더라고요.”
*쏘우웨이브(대표 신천우)는 지난 2011년 창업한 이래, 스마트시티 구축 및 공공 와이파이에 특화된 무선통신 기술을 연구개발, 제공하는 기업이다. 무선 엑서스포인트(AP)는 1Km 이상, 1Gbps 속도를 구현할 수 있으며, 무선 브릿지(Bridge)도 30Km까지 LTE 속도의 10배를 낸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타사들과 비교하면 비용은 10분의 1. 이러한 경쟁력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쏘우웨이브를 눈여겨보고 있다.
- 해외에서 러브콜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높은 기술력에도 비용은 저렴한 편이다보니 눈여겨보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아직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북미와 아시아의 2~3 국가에서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 교육-공공정책-무선통신기술. 관심사가 다양한 건가요, 아니면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공공성은 교육과 공공정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본질이죠.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망 중립성과 정보 평등화 등이 논의되기 시작했죠.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논의가 IT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는 거예요. 쏘우웨이브의 주력 분야는 무선 와이파이 기술이죠. 저는 혁신적인 와이파이 기술은 공공성에 기댄 측면이 없지 않다고 봐요.”
- 목표라면 거창하지만, 있으신가요?
“그동안 제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익히는 가운데 가졌던 여러 고민을 비단 저 혼자만 느꼈을까요? 아닐거에요. ‘문제가 있으니 개선점을 찾자’는 것은 개인의 범주에서도 할 수 있는 게 많겠지만, 정책적으로 풀어가는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겁니다. 어떤 방식일진 모르겠지만, 공공에 제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 정치로의 투신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아이 참.(웃음) 일단은 쏘우웨이브가 잘되어야죠.(웃음)”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