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오지환의 아시안게임 도전이 주는 씁쓸함

[옐로카드] 오지환의 아시안게임 도전이 주는 씁쓸함

오지환의 아시안게임 도전이 주는 씁쓸함

기사승인 2017-10-24 14:07:54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지난 23일 LG 오지환이 아시안게임 도전을 위해 군 입대를 미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곧바로 포털이 떠들썩해졌다. 오지환은 1990년 3월 생으로 다음해 만 28세가 된다. 경찰청과 상무에 지원할 수 있는 나이는 만 27세. 경찰청 지원이 마감된 상황에서 오지환에게 남은 선택지는 상무 지원뿐이다. 올해를 넘기면 현역으로 군 생활에 임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지환은 왜 급한 군 입대까지 미룰 각오로 아시안게임 도전을 고심하게 된 것일까.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열의로 군 입대를 미룬 것으로 보긴 힘들다. 대표팀이라는 명예를 얻고자 야구선수가 1년10개월 간 야구와 떨어져 군복무를 한다는 건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그러나 대표팀에 승선해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군 복무를 면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환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군 입대 연기를 고심하는 건 군복무 면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물론 아시안게임으로 군복무를 면제 받는 것도 정당한 방법이다. 프로에서 지속적으로 뛰는 것이 오지환에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군 입대가 기정사실화됐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밝힌 아시안 게임 출전 의사는 저의에 의문을 품기 충분하다. 오지환이 국가대표를 단순히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로 여겼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기도 좋지 않았다. 최근 야구팬들은 ‘국가대표 군면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부심의 상징이었던 국가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의미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초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시즌 준비를 이유로 대표팀 발탁을 거부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몸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고 대회에 참석한 선수도 보였다. 

대회 도중에는 투지가 실종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등 팬들의 빈축을 샀다. 일부 팬들은 ‘군 면제 보상이 걸려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비꼬았다. 

이에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모습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박찬호는 현역시절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활약했다. 특히 그가 2009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쏟는 모습은 팬들과 후배 선수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자부심의 상징인 태극마크가 어느덧 번거로운 일, 또는 부상 위험성이 내재 된 ‘불편한 행사’처럼 여겨지거나 군 면제를 위한 도구쯤으로 인식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엔 올림픽 메달의 가치가 ‘병역 면탈’이라는 포상으로 치환되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축구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병역’에 초점이 맞춰지자 대체복무제·전환복무제 폐지 계획과 누적 점수제 등이 꾸준히 거론되기도 한다. 

오지환은 24일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군 면제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며 “내 야구 인생에 있어 큰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말해 쏟아지는 비판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물론 오지환의 항변처럼 그가 정말 국가대표로서의 꿈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오지환의 순수한 결의와 의도를 곡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군 면제 논란을 떠나서도 오지환의 국가대표 도전은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오지환이 선동열 대표팀 감독과 구단의 배려 없이 국가대표에 승선하기는 무리가 있다. 

리그에는 KIA 김선빈과 두산 김재호 등 오지환보다 뛰어난 유격수가 많다. 넥센 김하성 역시 강력한 경쟁자다. 무작정 국가대표 합류를 노리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혹 대표팀에 승선하더라도 우승은 확실치 않다. 상무 입대를 선택하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오지환은 LG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적인 선수다. 자칫 대표팀 발탁에 실패하거나 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LG와 본인 양 쪽 모두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오히려 미래를 위해서라면 상무 입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경찰청과 상무를 거쳐 제대한 뒤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많다. 지난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한 NC 다이노스의 노진혁도 상무에서 기량이 향상 된 선수 중 하나다.

시간을 두고 상무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듬는다면 오지환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오지환의 생각이 중요하다. 그의 최종 선택은 무엇일까.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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