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대전에 위치한 충남대학교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의 국정감사가 진행됐습니다. 서울대를 비롯해 충남대 등 6개 국립대와 국립대병원 등 10개 기관에 대한 이날의 국감에선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 대한 거센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서 원장을 향한 비판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습니다. 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사인 변경,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의료농단’에 깊숙이 개입된 서 원장의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책임이란 사실상 ‘자리를 내려놓고 떠나라’는 의미였습니다. 이날 서 원장에 대한 여야 국회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일단 보시죠.
“지난해 국감에서 백선하 교수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라고 끝까지 주장했다. 국민이 뻔히 아는 사실인데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그런 주장을 어떻게 계속할 수 있는가. 정권이 바뀌니까 외인사로 바꿨다, 이런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병원장에서 사퇴하라.” (이동섭 의원, 국민의당)
“지난해 국감에서 (서창석 원장은) 백선하 주치의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자, 주치의의 의견이 바뀌지도 않았는데 사망진단서를 변경했다.” (이종배 의원, 자유한국당)
“(성낙인 서울대 총장을 향해)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사장으로서 이사회를 소집해 병원장 해임을 의결해라.” (조승래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채윤씨가 발렌타인 30년산 한 병과 상품권 1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는데 받은 사실이 있는가. (이 물음에 서 원장이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대답하자) 법정에서는 말할 수 있고 국민 앞에서는 말 못하는가. 그건 받았다는 의미 아닌가.” (김민기 의원, 더불어민주당)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사인 변경과 관련해 서울대병원의 신뢰는 추락했다, 최근엔 간호원들의 임금을 착취했다고 해 공분을 사고 있다. (서창석) 병원장은 국정농단에도 관여됐고 금품 수수 의혹도 있는데, (서 원장은) 책임을 느끼지 않는가. 책임지고 사퇴하라.” (노웅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본인도) 서울대 출신으로 오늘처럼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전 정권 눈치를 보고 올핸 새 정권을 눈치를 보고 있다, 병원장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 (나경원 의원, 자유한국당)
앞서 거론한 것처럼 이날 성낙인 서울대 총장에게 서 원장의 해임을 결단 지으라는 요구도 적지 않았습니다. 성 총장은 서울대병원의 이사장이기도 하니까요. 성 총장이 해임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병원 이사회에 서 원장의 거취에 대한 안건을 상정할 권한 정도는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 총장도 이런 목소릴 낼 형편은 아닙니다. 시흥캠퍼스 문제나 총학생회 탄압 의혹 등 그 역시 ‘곤경’에 처해있기도 하거니와 차기 총장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현재 성 총장은 사실상 ‘종이호랑이’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원장이 ‘병원장’으로 남아있는 한 그에겐 박근혜 정부의 의료농단의 공범자라는 딱지가 계속 붙어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를 계속 코너로 몰게 되겠죠. 서 원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치든 중도 사임을 하든 결국 서 원장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쿡기자는 서창석 이후가 우려됩니다. 차기 병원장은 여러모로 유리할 겁니다. 서울대병원 쇄신의 상징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 말이죠. 단언컨대 서울대병원의 환부는 훨씬 광범위하고 촘촘합니다. 현재 ‘차기 집행부’를 노리는 세력들은 작금의 서울대병원을 초래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현재도 사실상 병원을 좌지우지하는 이들은 서 원장이 아닙니다. 취임 초기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출신인 서 원장의 병원 내 지위란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게 복수의 취재원의 진술입니다. 아무리 신뢰가 하락했다고 해도 보건의료 영역에서 서울대의대와 서울대병원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쯤에서 묻고 싶습니다. 서울대병원을 둘러싼 여러 잡음과 구설, 사건․사고는 어디에 기인할까요, 원죄(原罪)는 어디에 숨어있을까요? 서 원장의 목숨 줄이 위태로울수록 웃음 짓는 이들은 따로 있을 겁니다. 쿡기자는 이러한 ‘쇄도우 파워’(shadow power)를 수개월동안 추적해왔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비합법적인 일들을 쫓고 있습니다.
문득 영화 <해바라기>속 대사가 떠오릅니다.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 이치래드라.”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