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약가와 형평성의 괴리…타그리소 약가협상 논란

적정약가와 형평성의 괴리…타그리소 약가협상 논란

11월7일 3차 협상…제약사-건보재정-환자의 입장 조율이 관건

기사승인 2017-10-26 00:01:00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 폐암치료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에 대한 약가협상이 오는 11월 7일로 다시 한번 미뤄지며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약가협상을 자정 넘어 까지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약가협상이 한차례 연장된 상태에서 진행돼 이번 협상에서는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서로 제시한 가격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며 또 다시 협상이 미뤄진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형평성’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약가협상은 법정처리기한(협상 시작 60일 이내) 내에 타결되지 못하면 자동 결렬된 것으로 결정되는데 타그리소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협상을 연장한 것이다. 타그리소 약가협상 기한은 10월13일까지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가 세계 최초의 EGFR T790M 변이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3상 임상결과를 통해 우수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유일한 약제라고 주장한다. 또 비급여 상황에서도 높은 가격차에도 불구하고 현재 3세대 EGFR-TKI를 복용하고 있는 국내 환자의 80% 이상이 타그리소를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협상에 제시한 약가에 대해서도 경제성평가 면제 지정 약제임에도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협력하고자 경제성평가를 수행해 결과 이하의 수준으로 인하했으며, 이는 전 세계 최저가 이하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3상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고, 경제성평가를 통해 약가를 결정한 만큼 상대 약제와 동일선상에 놓고 약가협상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론도 적지 않다. 우선 건보공단이 대체제인 한미약품 올리타가 있음에도 외국계 제약사화 환자의 입김을 두려워해 타그리소 약가협상을 무리하게 연장했다는 것이다. 

또 타그리소의 약값을 올리타에 비해 높게 책정하려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의 전제는 두 약제가 동일한 안전성과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제이다.

환자들은 약가협상 결렬에 따른 약제비 부담, 타그리소의 시장 철수 등을 두려워하며 협상 결렬을 반대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이번 타그리소의 약가협상 결렬시 급여포기나 한국시장 철수 등의 이야기가 떠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제약사가 유리한 약가협상을 하기 위해 급여포기나, 시장 철수 등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비인도적 주장은 절대 용서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급여화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가난한 말기 폐암환자들이 절망하고 있다며, 환자 입장에서 신약 약가협상 때마다 환자의 생명보다 제약사의 이윤이나 건강보험 재정이 더 우선시 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타그리소 철수 및 급여지원 포기에 반대합니다. 살려주세요’ ‘타그리소 건보적용을 위한 가격협상 타결’ 등 이슈청원도 진행되고 있는데 참여자만 2000여명을 넘어선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도 타그리소 약가협상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타그리소에 대한 약가협상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며 “국내에 대체약이 있는데 두 번씩이나 협상을 연기한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그리소는 약 700만원이고, 대체제인 올리타는 260만원에 타결됐다. 왜 결정을 빨리 안하는 지 의심스럽다”며 “건보재정과도 연결되고,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잘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대체제가 있지만 일부 환자들은 타그리소의 급여를 기다리고 있다”며 “다음 논의에서는 제약회사와 저희(건보공단)가 조금씩 물러나는 선에서 타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약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T790M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성분은 다르지만 작용기전은 같다.

성상철 이사장이 다음 협상에서 양측이 양보해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했지만 남 의원이 밝힌 것처럼 두개의 약가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면 3차 협상에서도 타결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완화, 약제의 적정 가격 보장에 따른 신약개발 촉진 등 이 세 가지의 목표가 오는 11월7일 진행되는 협상에서 이룰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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