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의 글러브 투척, 꼭 비난 받을 일인가

오재원의 글러브 투척, 꼭 비난 받을 일인가

오재원의 글러브 투척, 꼭 비난 받을 일인가

기사승인 2017-10-26 08:56:52

KIA와 두산간의 한국시리즈가 열린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두산이 5대3으로 앞선 8회말 관중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두산 내야수 오재원이었다. 오재원은 수비도중 최형우의 땅볼 타구가 잔디와 흙의 경계선을 맞고 튀어 올라 안타가 되자 분을 삭이지 못하고 글러브를 그라운드에 내던졌다.

경기가 끝난 뒤 포털 사이트에는 오재원의 행동을 비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오해를 빚을 만한 상황이었다. 행운의 안타는 경기 중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불필요하게 감정 표출을 할 필요는 없었다. 자칫 KIA 선수들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었다.

또 공이 내야를 빠져나간 상태에서 글러브를 내던진 통에 베이스 커버 등의 후속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점은 팀 입장에서도 마이너스였다. 오재원이 다소 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오재원의 행동이 납득이 간다. 오재원이 놓친 타구는 일반적인 불규칙 바운드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모래와 잔디의 경계에 맞은 타구가 오재원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비정상적인 타구로 변모했다. 

경기 후반, 그것도 타이트한 점수 차에서 선두타자 출루는 투수에 부담스럽다. 수비 시프트까지 완벽히 들어맞은 상황에서 불규칙 바운드로 선두타자가 출루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오재원은 승부욕으로 대표되는 선수다. 가끔은 승부욕이 과해 불편함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프로선수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로 무장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팬들도 적지 않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오재원은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화려한 백조’가 됐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9회까지 0대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흐름을 바꾼 건 오재원이었다. 무사 상황에서 대타로 나서 안타를 뽑아냈다. 단타일 뿐이었지만 오재원은 일본 덕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평소라면 비판의 대상이 됐을 오재원의 행동은 대표팀 선수들과 팬들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이후 대표팀은 연속 안타로 거짓말처럼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 된 뒤에도 오랫동안 오재원의 포효와 배트플립은 좋은 기억으로 회자됐다. 이렇듯 오재원은 '호감'과 '비호감'을 넘나드는 선수다.

글러브를 내던진 오재원의 표현 방식은 분명 불필요했고 과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선 충분히 팬들의 분노를 자아낼 수 있다.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마냥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도 아니다. 

오재원의 '인성'을 비하하는 댓글이 다수지만 정작 그는 음주운전, 도박, 폭행 등 프로선수의 신분을 망각한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경기장 내에서의 이미지와는 달리 팬서비스와 관련한 미담을 커뮤니티 곳곳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은 그만 거둘 필요가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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