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가 5·18 민주화운동 이후 유족 간 분열을 조장하고 민심을 왜곡하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1981∼1988년 작성된 보안사 내부 문건 6종, 8000여쪽의 미공개 자료를 26일 공개했다.
이날 이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보안사가 학원, 종교인, 유가족, 구속자, 부상자 등을 대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순화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됐다. 보안사는 유족을 '극렬 측'과 '온건 측'으로 구분하고, 극렬 측에는 이른바 '물빼기 작전'을, 온건 측에는 '지원과 육성 활동'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안사는 구속자 가족의 미국공보원 농성을 와해하기 위해 경찰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협조했고, 유사시 군 동원을 염두에 두고 공세적 시위 진압 훈련인 '충정 훈련'을 실시해 비상 대기토록 했다.
이 가운데 1981년 5월28일 작성된 '광주사태 1주년 대비 예방정보활동'은 "광주사태 1주년을 전후해 불순세력의 선동행위와 광주권 주민의 잠재적 불만 의식 등으로 불의의 사태 발생에 대비한다"고 보안사 공작의 목적을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밖에도 1985년 3∼4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사업계획', 1985년 11월 작성된 '광주 5·18 유족 순화 사업 추진 중간보고', 1986년 2월 작성된 '광주사태 관련 유족 순화 계획', 작성 시점을 알 수 없는 '광주사태 관련자 순화'와 '5·18 온건 유족화' 등의 문건도 함께 공개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공개한 문건을 통해 1981년부터 1988년까지 보안사가 5·18 유가족과 관련 단체를 비롯해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순화계획'의 이름으로 저지른 와해 및 회유공작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5·18 진상조사 특별법 통과와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한 철저한 진실규명이 시급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