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난 남성이라면 폐 건강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겨울에 태어난 남성이 다른 계절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폐기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여성에게서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태범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박이내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비뇨기과 수술을 앞두고 폐 기능 검사를 시행한 성인 남녀 1008명(남 503명, 여 470명)을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조사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남성은 68.4세, 여성은 67.6세였다.
연구팀은 출생계절에 따라 겨울에 태어난 그룹(12월,1월, 2월)과 다른 그룹(3월~11월)로 나눠 강제폐활량(숨을 최대한 들이마셨다가 내뿜을 수 있는 호기량, FVC)과 1초간 강제호기량(강제폐활량 측정 시 1초간 평균 호기량, FEV1), 그리고 1초간 강제호기량 예측치 (FEV1 % predicted)를 측정했다.
단변량 및 다변량 선형 회귀 분석 결과, 남성의 출생 계절 폐 기능과 관련 유의한 예측 인자로 확인됐다. 봄·여름·가을에 출생한 남성의 강제폐활량 평균치는 3.64ℓ인 반면, 겨울 출생 남성의 평균 강제폐활량은 3.51ℓ로 나타났다. 또 1초간 강제호기량(FEV1)에서도 겨울 출생남성은 2.5ℓ, 봄·여름·가을 출생 남성은 2.64ℓ로 차이가 났고, 1초간 강제호기량 예측치(FEV1 % predicted)도 겨울 출생 남성은 96.3%, 봄·여름·가을 출생 남성은 101.3%로 나타났다.
김태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여성과 달리, 겨울에 태어난 남성은 다른 계절에 태어난 남성보다 폐기능이 더 낮았음을 보여준다”며 “출생 계절이 생애 초기 인자로서 폐기능을 예측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출생 계절은 환자의 성별에 따라 성인 폐기능에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물론 출생 계절별 폐 기능 차이가 호흡기 질환을 걱정할 만큼 아주 큰 차이 아니다. 다만 태아기의 성 호르몬과 출생 직전의 자궁 내 환경 및 출생 직후 계절적 환경이 폐의 발생과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라며 “특히 흡연자에서서 폐 기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흡연과 출생 계절, 성호르몬 등 인자가 합쳐져서 기능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팀은 검지와 약지 길이와 폐 기능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조사한 바 있다. 두 번째 손가락(검지)이 네 번째 손가락(약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수록 폐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을수록 약지가 검지에 비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인체에서 성호르몬이 관여하지 않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폐도 성호르몬과 관련이 많은 기관 중 하나다. 대표적 폐질환인 COPD의 경우 흡연여부, 나이 등 표준화 변수를 모두 제하고 나서도 남성이라는 인자 자체가 위험인자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