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IA, 선발로 시작해 선발로 끝났다

2017 KIA, 선발로 시작해 선발로 끝났다

2017 KIA, 선발로 시작해 선발로 끝났다

기사승인 2017-10-30 22:41:37
선발로 시작해 선발로 끝난 한 해였다.

KIA 타이거즈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대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IA는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하며 2009년 이후 8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를 우승후보라 꼽는 이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지난해 통합우승을 거둔 두산을 우승후보 0순위로 꼽았다. 전력 누수를 최소화 한 두산이 이번에도 무난히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두산이 시즌 초반 주춤한 틈을 타 KIA가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100억이라는 거액을 주고 데려온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 최형우가 맹활약했고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는 초반 부진을 씻고 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여기에 제대 후 기량이 더 향상된 안치홍과 김선빈 키스톤 콤비의 활약도 더해졌다. 

이밖에도 이명기와 김민식 등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한 선수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면서 KIA는 불펜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제외하곤 뚜렷한 약점 없이 시즌을 순항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2017년의 KIA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선발야구’였다.
KIA는 올 시즌 20승 투수를 2명이나 배출했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 나란히 20승을 수확하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3선발 팻딘은 전반기 주춤하긴 했지만 후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9승을 보탰다. 

4선발 임기영은 ‘신데렐라’나 다름없었다. 2012년 한화에 입단해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로 2015년 KIA로 이적한 그는 올 시즌 전반기에만 7승2패 평균자책점 1.72로 맹활약했다. 폐렴 등의 요인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며 후반기 1승4패 7.43으로 부진했지만 KIA 선발진의 한 축이 돼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KIA는 올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 4.31로 LG(4.11)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선발 부분에서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15.36으로 리그 1위에 달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들의 위용이 드러났다. 선발 투수 4명이서 나란히 1승씩을 올리며 우승에 필요한 4승을 모두 책임졌다. 그야말로 ‘어메이징4’였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전까지 타격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NC와의 PO 4경기 동안 무려 50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보였다. NC가 자랑하는 불펜진이 두산 타선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뽑아낸 홈런만 12개에 달했다.

그러나 KIA 선발진을 상대론 힘을 쓰지 못했다. 1차전에서 헥터를 홈런 2개 포함 5실점(4자책)으로 무너뜨린 것을 제외하곤 이후 시리즈에서 고작 4점을 내는 데 그쳤다.

양현종의 투구가 발단이었다. 2차전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두산 타선을 맞아 9이닝 동안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KIA쪽으로 이끌었다.

3차전 선발로 나선 팻딘은 후반기 상승세를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나갔다. 7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하며 수준급 투구를 펼쳤다. 4차전 선발 임기영은 포스트시즌 등판 경험이 없었음에도 배짱 있는 투구로 5⅔이닝 6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를 결정지을 수도 있었던 5차전에 등판한 헥터는 1차전의 패배를 설욕했다.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와 맞대결을 펼쳐 판정승을 거뒀다. 7회 갑작스레 무너지며 5실점하긴 헀으나 가까스로 팀 승리에 공헌했다.

백미는 2차전 선발 양현종의 마무리 전환이었다. 양현종은 7대6 1점차로 쫓긴 9회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김재환을 상대로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 오재일을 범타처리했으나 3루수 김주형의 실책으로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박세혁과 김재호를 차례로 내야 플라이 처리하며 KIA의 V11을 확정지었다.

물론 올 시즌 KIA의 우승엔 응집력 높은 타선의 공도 컸다. 선발 ERA 1위를 기록한 LG는 타선 침체로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불펜진에 대한 우려를 다득점으로 씻어낸 응집력 좋은 타선이 없었다면 KIA의 우승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KIA 선발진의 한국시리즈 퍼포먼스는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는 야구계의 오래된 속설을 납득시키기 충분했다. KIA 선발진은 시즌 후반 다소 흔들리긴 했으나 처음과 끝을 책임지며 KIA를 ‘V11’로 이끌었다. KIA의 2017년은 선발로 시작해 선발로 끝난 한 해였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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