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으로 시작해 양현종으로 끝난 한국시리즈였다.

KIA 타이거즈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대6으로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4승1패를 거둔 KIA는 통합 우승을 거머쥠과 동시에 팀 통산 11번째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신스틸러’는 단연 KIA의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이 등판할 때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에서 KIA의 첫 승과 마무리를 책임졌다. 팀 분위기를 바꾸고 팀 승리를 결정짓는 천금 같은 호투를 펼쳤다.

정규리그 1위를 달성한 KIA의 한국시리즈는 순탄치 않았다. 

1차전에서 믿었던 선발 헥터 노에시가 두산 타선에 무릎을 꿇었다. 두산 타선은 NC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타격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리그 최강 KIA 선발진도 두산 타선에 무릎을 꿇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양현종이 2차전 선발로 나섰다. 최고의 호투였다. 양현종은 9회까지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단숨에 KIA쪽으로 가져왔다.

8회 투구를 마친 뒤 팔을 크게 휘저어 팀 동료들의 파이팅을 이끌어내는 장면과 9회 두산 양의지를 11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한 모습은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양현종의 맹활약에 힘입어 KIA는 3차전과 4차전을 내리 따내며 우승 문턱까지 전진했다.

양현종이 써낸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난히 우승을 결정짓는 듯 했던 5차전. 7회부터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선발 헥터 노에시가 갑작스레 무너지며 1점 차 턱 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8회 김윤동의 호투로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불펜진에 9회를 맡기긴 부담스러웠다.

결국 양현종이 나섰다. 6차전 선발로 내정됐던 양현종이기에 놀라움이 컸다. 자칫 양현종이 무너졌다간 6차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양현종은 선두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후속타자 오재일은 범타 처리했다. 문제는 조수행의 타석이었다. 번트 타구를 잡은 3루수 김주형이 송구 실책을 범한 것.

2사 2루가 단숨에 1사 2,3루의 위기로 둔갑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세혁을 내야 플라이, 김재호를 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타이거즈의 2017 시즌에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는 투구였다.

경기가 끝난 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2009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있었다면 2017년엔 양현종의 마운드 위 포효가 있다. 누구도 반박하기 힘든, 그야말로 ‘양현종 시리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