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로 일컬어지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심각한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적합한 항생제가 없어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일까지 속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신고건수 분석 결과, 6월~9월 넉달동안 CRE 등록건수는 3337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CRE는 카바페넴 항생제 내성 세균이다. 통상 장내 세균감염에 쓸 수 있는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져 치료법이 전무한 실정.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6월 CRE를 제3군 전염병으로 지정했으며, 전수감시 체계로 변경했다.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은 의료시설에 입원,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이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해당 세균은 신체 접촉 등 쉽게 감염돼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의 경우, 중증질환 환자의 비율이 높아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항생제 내성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내 카바페넴 내성은 각각 83.4%와 82.4% 기록했다. 이는 2007년의 27%와 25%인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내성률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아시네토박터균은 중환자실 입원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렇듯 카바페넴 내성균 감염은 사망률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국내에는 이렇다 할 항생제가 도입되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개에 물려 사망한 모음식점 대표는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녹농균은 욕창과 피부감염, 요로감염 폐렴 등을 일으키는 균이다. 마찬가지로 중환자실 및 요양병원에서 많이 발생한다. 카바페넴 내성률이 50%에 가까워 슈퍼박테리아로 분류된다.
최도자 의원은 “짐 오닐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7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으며, 2050년에는 암 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생제 내성률을 낮추기 위해 항생제를 적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약을 신속히 도입해 중증환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보건당국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