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채비' 고두심-김성균 "오랜시간 사랑받는 것, 호락호락하지 않아"

[쿠키인터뷰] '채비' 고두심-김성균 "오랜시간 사랑받는 것, 호락호락하지 않아"

기사승인 2017-10-31 15:05:11

배우 고두심과 김성균이 만났다.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를 통해서다. 김성균은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서른 살의 아들 인규로, 고두심은 억척스럽게 살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엄마 애순을 맡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몇 년은 알고 있는 사이 같았다는 두 사람을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도 같이 만났다. 홍보 인터뷰라고 해도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 더욱 특별했다.

Q.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계기는.

고두심(이하 ‘고’) : 김성균 씨를 이미 알고 있었다. 분장 없이 40대 아버지 역할부터 20대 대학생 역할까지 모두 해내는 걸 보면서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한 번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배우 유선 씨가 와서 ‘채비’를 권하더라. 아들 역이 김성균이라고. 정말로 아들 역이 김성균이냐고 몇 번씩 물어보며 다짐받고 하게 됐다. 하하.

김성균(이하 ‘김’) : 나는 엄마 역이 고두심 선생님이라고 듣고 바로 하게 됐다. 하하. 두 사람 다 유선 씨에게 낚인 셈이다.

Q. 꼭 서로만이 시나리오 선택 계기는 아닐 것이다. ‘채비’가 좋았던 이유는.

고 : 큰 이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평온하고, 예쁜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꼭 작품에 뭐가 있거나 자극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따뜻하고 감성적인 작품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가족의 단단한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누구하고도 손잡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랄까.

Q. 김성균의 경우 발달장애인을 연기해야 했다. 참고 작품이 있나.

김 : 닥치는 대로 다 봤다. ‘말아톤’이나 ‘맨발의 기봉이’를 참고하지 않았다고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배우가 그 영화들을 안 볼 수 있냐”고 말씀하시더라. 하하. 보긴 봤다. 단지 염두에 두고 연기하지 않았을 뿐이지. 완성된 작품을 보는 식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복지관 같은 곳에 가서 발달장애인분들이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며 연기를 출발시켰다.

Q. 막상 처음 만나보니 서로 호흡은 어땠나.

김 : 솔직히 걱정됐다. 그렇지만 막상 첫 장면을 연기하고 나니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호흡도 잘 맞았고, 내가 뭘 던지든 잘 받아주셨다. 너무 신나더라. 무림 고수에게 지도를 받는 느낌이랄까. 매일 저녁 다음날 찍을 대본을 보며 다음 회차를 기대했다.

고 : 같이 살았던 사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김성균이라는 배우에게 내가 가졌던 따뜻한 느낌이 실제로도 있더라. 거리낌도 없고, 항상 만나온 친한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김성균씨가 성품이 정말 좋다. 진솔하고, 소박하고, 담백하다. 게다가 귀엽다. 덕분에 ‘채비’도 잘 해낼 수 있었다. 너무 즐겁게 지내서 작품에 다른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Q. 고두심은 그간 엄마 역을 많이 맡아왔다. ‘채비’ 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엄마다. 다른 점이 있을까.

고 : 그간 해온 엄마 역할들 때문에 애순 역도 이미지가 다른 것에 가로막힐까봐 냉정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다소 몰인정해보이고 딱딱한 엄마가 돼보려고 노력한 반면, 김성균은 너무 풀어진 철부지로 나오니 부럽더라. 아무튼 나는 어머니 역할에는 일가견이 있고 자신도 있다. 그간 서민적 어머니 역을 많이 했고 주로 씩씩했지. 애들은 또 왜 그리 많이 낳았을까. 하하. 그런데 아내 역으로는 잘 비춰지지 않는 거 같다. 예전에 어떤 작가에게서 들었는데, 고두심이라는 배우에게는 남편 역으로 다른 배우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대. 내가 어떤 배우건 다 맞춰서 나랑 잘 어울리는 남편으로 만들어놓을 테니 일단 남편이나 데려다 놔 달라고 했다. 하하하. 배우 관두라는 거야 뭐야. 농담이다. 아무튼 귀부인 역할도 잘 할 수 있는데 좀처럼 안 시켜준다.

Q.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도 가지고 있다. 부담감도 있나.

고 : 정말 무겁다. 가수로 치면 이미자 씨나 조용필 씨 정도나 돼야 ‘국민’이 붙는 게 용납된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국민’ 수식어는 좀 크지 않겠나. 나한테는 너무너무 버겁다. 22년 동안 ‘전원일기’ 맏며느리로 살고 나니까 이젠 ‘국민엄마’래. 하하하. 다 내려놓고 싶다. 그런데 포기해야지 어쩌겠나. 그렇지만 그런 굴레는 좀 무섭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사랑 받는 것이 감사하긴 하지만, 맏며느리로 22년 살아온 것이 쉬운 세월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Q. 반면 김성균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온 덕분일까, 고정적 이미지가 없다. 어떤 연기를 추구하나.

김 : 일상적인,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 ‘응답하라’의 삼천포나 ‘채비’의 인규가 그렇다. 영화에선 주로 악역을 해왔는데, 그럼 힘도 많이 줘야 하고 뭘 자꾸 입혀야 한다. 고두심 선생님처럼 힘을 뺀 연기를 하고 싶다.

고 : 나도 힘들어. 하하. 일상적인 캐릭터도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오랜 시간 사랑받는 것이 그리 쉽지 않거든. 하하.


Q. 김성균의 경우 드라마와 영화에서 맡는 캐릭터들이 사뭇 다르다. 드라마 쪽이 좀 편안하다면 영화 쪽은 센 캐릭터가 많다. 의도한 건가.

김 : 그렇지 않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하는 것이지,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지어서 택하고 있진 않으니까. 역할이 백팔십도 바뀔 때는 조금 무섭긴 하지. 예를 들어서 ‘응답하라’의 삼천포 같은 캐릭터를 하다가 엄청난 악역을 하면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한다. 그런데 몇 번 연기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나만 열심히 보고 살진 않더라. 하하하. 사람들이 나한테 별 관심이 없어. 어쨌든 예전에는 드라마가 조금 무섭긴 했다. HD로 내 얼굴이 확대돼 보이는 게 좀 공포스럽달까. 잘 못 하는 부분이 다 들킬 것 같고. 지금은 그 경계가 많이 사라졌다. 드라마 나름의 재미도 발견했고.

Q.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고 : 일단 좀 쉴 것이다. 내가 주로 일일극을 하는데, 일일극 두 번만 하면 1년이 훅 간다. 오늘도 낙엽 구르는 거 보고 정말 놀랐다. 1년이 그새 가버렸구나 싶어서. 해외에 있는 손자들도 보고. 손자가 이란성 쌍둥이들인데, 너무 예쁘다. 내 애를 키울 때는 그렇게 안 예뻤던 거 같은데. 하하. 아무튼 좋은 작품만 내게 온다면 안 할 이유는 없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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