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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이 없었다. 로버츠 감독이 머뭇거리는 사이 다저스는 침몰했다.
LA 다저스는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1대5로 패했다.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며 기대감을 안긴 다저스는 우승 문턱에서 고꾸라지며 쓴 잔을 들이켰다.
선발로 나선 다르빗슈 유가 2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피홈런 1개를 포함해 1⅔이닝 3피안타 1볼넷 5실점(4자책)했다. 다저스는 초반 벌어진 점수 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로버츠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아쉬웠다. 흔들리는 다르빗슈를 과감히 교체하지 못했다. 올 시즌 내내 이른 타이밍에 선발 투수를 내린 로버츠 감독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다저스 선발진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3.38로 리그 2위다. 하지만 선발 투수들의 평균 투구 수는 86구로 리그에서 제일 적다. 80구 이전 선발투수 강판의 43회로 가장 많다.
대신 불펜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다저스 불펜진은 내셔널리그에서 5번째로 많은 559⅔이닝을 소화했다. 이른 투수 교체가 악수로 돌아올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저스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로버츠 감독의 일관성은 이어졌다.
로버츠 감독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4이닝 동안 60구를 던지며 1실점한 선발 리치 힐을 조기에 강판했다. 별다른 위기도 없는 상황에서 다소 의아함을 자아내는 결단이었다.
결과적으로 로버츠 감독의 퀵후크는 실패로 돌아갔다. 마에다 겐타와 토니 왓슨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지만 필승조인 브랜든 모로우와 켄리 잰슨이 각각 1실점하며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결국 다저스는 2차전에서 패배하며 휴스턴에 분위기를 넘겨줬다.
로버츠 감독은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도 퀵후크를 시도했다. 4차전 선발 힐은 투구 수가 58개, 실점이 1점에 불과했지만 로버츠 감독의 지시에 의해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덕아웃으로 돌아간 힐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격양된 감정을 표출했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다저스의 리드를 지켜냈지만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을 거치며 쌓인 피로도가 불펜 투수들의 어깨를 점차 무겁게 만들었다. ‘애니콜’이나 다름없던 모로우는 5차전 1점차 리드 상황에서 아웃 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4실점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이었을까. 로버츠 감독은 정작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할 최종전에서는 일관성을 잃었다.
다르빗슈는 1회부터 내야진의 실책 등으로 흔들리며 2실점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2회였다.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2루타를 허용하며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내일이 없는 7차전, 게다가 평소 로버츠 감독의 성향이라면 충분히 교체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다르빗슈를 방치했다. 다르빗슈는 맥클러스의 땅볼로 추가 실점 한 뒤 조지 스프링어에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5실점했다. 경기 초반이지만 치명적인 점수 차였다.
휴스턴 사령탑 A.J 힌치 감독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힌치 감독은 5대0으로 앞선 3회 선발 맥클러스가 주자 2명을 출루시키자 과감히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맥클러스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피콕은 2이닝을 2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결과론이라는 비판도 있겠지만 감독은 결국 결과로 말하는 자리가 아닌가. 다르빗슈에 보냈던 신뢰의 절반을 힐에게 할애했다면, 혹은 힐에 대한 낮은 기대치를 다르빗슈에게도 대입했다면 우승컵의 주인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로버츠 감독의 한 발 늦은 대처 때문에 다저스의 부푼 꿈도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