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가협상 논란, 누구의 잘못인가

[기자수첩] 약가협상 논란, 누구의 잘못인가

기사승인 2017-11-03 00:03:00
폐암표적치료제 ‘타그리소’로 인해 약가협상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는 ‘타그리소’ 약가협상을 자정 넘어 까지 진행했지만 서로 제시한 약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며 오는 7일로 다시 한번 협상이 연기됐다.

신약의 가격은 건보공단과 제약사간 협상을 통해 건강보험에 등재된다. 약가 결정과정을 보면 제약사 등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보험급여 여부 및 조정 신청을 하면 심평원에서 급여적정성 평가(150일)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적정성 평가로 판단되면 복지부가 건보공단에 협상을 명령하게 된다.

건보공단은 협상계획을 수립해 제약사에 일정을 통보하고, 제약사 통보 후 30일 이내에 1차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협상이 부결될 경우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협의를 통해 2~5차 협상을 진행하고, 최종협상은 협상 명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게 된다. 

약가협상이 마무리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의결을 거쳐 복지부가 약제의 상한금액 고시(30일)를 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일반적으로 약가협상은 법정처리기한(협상 시작 60일 이내) 내에 타결되지 못하면 자동 결렬된 것으로 결정되는데 타그리소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협상을 연장했다는 것이다. 타그리소 약가협상 기한은 10월13일까지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도 타그리소 약가협상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국내에 대체약이 있는데 두 번씩이나 협상을 연기한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타그리소는 약 700만원이고, 대체제인 올리타는 260만원에 타결됐다. 왜 결정을 빨리 안하는 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것이다.

논란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사에서 추가적인 협의를 위해 협상 기한 연기요청을 했으며, 건보공단은 복지부와 협의해 협상기한이 연장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존에도 제약사 요청에 의해 협상기간을 연장한 사례가 있으며, 특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 지난 1일 열린 건정심에서는 약가협상이 마무리 된 ‘올리타’의 신규등재가 논의됐다. 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차기 건정심에서 서면심의를 진행키로 했다. 

약평위와 약가협상까지 마무리된 올리타에 대해 건정심에서 안전성을 문제로 의결을 미룬 것은 약가협상 과정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특히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은 의약품을 시급히 건강보험적용을 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건정심의 이러한 결정은 약가협상 논란에 있는 AZ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앞서 AZ는 3상 임상시험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고, 경제성평가를 거쳐 약가를 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건정심의 안전성 문제제기는 올리타와 타그리소의 약가차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우리나라의 약가협상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저렴한 비용을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좋은 의약품 개발에 대한 적정가격을 요구하는 제약사와 저비용·고효과에 중점을 둔 정부, 좋고 안전한 약을 복용하고 싶어 하는 환자들 간의 입장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다가는 제약사는 돈만 밝히는 회사로, 정부는 국민건강을 뒷전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양보만 하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들이다. 

이번 타그리소 협상을 통해 약가협상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의혹이 제기되지 않는, 모든 약제에 동일하게 적용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약가협상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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