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미래가치로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달리던 테슬라가 최근 재무상황 악화 및 생산 차질 등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했다. 고공행진하던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매 분기마다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대량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 사례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국내 기업에도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테슬라, 적자 및 생산공정 차질로 주가 급락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보급형 세단 모델3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따르면 이달 2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전일보다 6.8% 하락한 299.2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6개월 만에 최저치다. 테슬라가 예상보다 큰 3분기 손실(6억 1900만 달러, 한화 6906억원 적자)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급락한 것이다.
테슬라 주가 하락은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대량 생산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외신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주당 ‘모델3’ 5000대 생산을 내년 3월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주주들에게 서신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즈는 “내년 말까지 주당 '모델3' 1만 대를 생산한다는 기존 목표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증권사도 지난달부터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210달러에서 205달러로 하향조정했다. 투자의견은 매도(Sell)를 제시했다. JP모건도 지난달 테슬라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00달러에서 19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도 테슬라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판단을 제시했다. KB증권은 3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4분기 이후 매출 증가는 모델3의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위기를 자금력에 비해 청사진을 높게 잡은 탓이라고 분석한다.
그동안 테슬라 주식이 고공행진한 까닭은 투자자들이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배터리 저장과 같은 높은 미래가치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업은 설립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해 본적이 없다.
현금흐름 상황도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의 올해 3분기 영업활동의 현금흐름은 5억7054만달러손실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받은 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테슬라의 재무활동의 현금흐름은 41억2902만달러를 기록했다. 재무활동의 현금흐름은 차입금의 조달, 사채의 발행, 유상증자, 자기주식의 처분 등을 통해 재무활동의 현금유입과 유출을 말한다. 테슬라는 3분기 부채발행은 총 25억5383만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R&D(연구개발) 투자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테슬라의 연구 및 개발비용은 3억3162만달러(3699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자금력과 시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언제까지 유상증자 및 회사채 조달을 통해서 버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기업의 상품은 대체로 유가 반등과 하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대체에너지 관련 사업도 그만큼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테슬라 효과, 바이오 및 기술특례 상장 기업 반면교사
최근 흔들리고 있는 테슬라 상황은 그동안 ‘미래가치를 위한 투자’를 강조했던 기술특례 상장 기업 등에 반면교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몇 년 간 기술 특례 상장 기업 대부분이 고전하고 있지만 일부 업종 기업들은 주가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바이오 벤처인 바이로메드, 신라젠 등의 주가 상승세가 눈에 띈다. 바이로메드 이달 3일 주가(종가기준)는 14만1100원으로 지난 3개월 전(10만6000원) 대비 33.11% 증가했다.
신라젠의 주가 상승세는 바이오주 업종 가운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라젠의 현재 주가(3일 종가기준)는 8만1800원으로 3개월 전(2만3900원) 대비 242.25% 급증했다. 이는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세(71.47%) 보다 높은 수치다.
신라젠과 바이로메드 두 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높은 미래가치에 따른 일종의 장기적인 베팅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로메드가 자체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VM202’는 현재 ‘당뇨병성 신경병증(DPN)’과 ‘당뇨병성·허혈성 만성 족부궤양(PAD)’을 적응증으로 미국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신라젠의 경우 대표 파이프라인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Pexa-Vec)의 임상 3상 환자를 내년까지 완료한 뒤 2019년 말 미국 FDA( 내년까지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완료한 뒤 2019년 말 FDA(미국 식품의약품국)에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신라젠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와 대장암 신약 개발 임상 1상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글로벌 신약의 허가를 목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3상 임상시험은 최소한 3-5년의 시간과 수천억 원의 규모의 투자금액이 필요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제약사가 아닌 바이오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능력, 임상 3상에서 신약허가까지의 성공 여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적자 기업이 수년 간 손실을 기록하면서 신약 성공에 이르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향후 미래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해 왔기에 신약 개발이 성공하면 메가톤급 호재가 될 수 있어서다.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신라젠은 임상 단계에 대한 평가 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신라젠 후보물질을 임상한다는 것은 꽤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코스닥 시장이 너무 바이오주 중심으로 과열된 경향성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