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경찰·군인의 정신건강, 과연 안녕하십니까?

소방관·경찰·군인의 정신건강, 과연 안녕하십니까?

[법안 톺아보기] 고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기사승인 2017-11-07 00:03:00

[편집자 주] 입법 예고된 법률안 중 보건·의료 분야의 찬반이 첨예한 사안을 골라 소개한다. 법률안 처리 절차는 발의(제출) 국회 본회의 보고 소관위원회 회부 입법예고 위원회 심사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심사보고서 제출 본회의 심의 정부이송 공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쿠키뉴스는 뜨거운보건·의료·복지 법안 위주로 톺아볼 예정이다.

#소방관 A씨는 출동을 나가지 않아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출동 대기 상태에도 긴장은 진행형이다. 이유인즉슨, 잠에 취해 출동신호를 놓칠까 우려해서다. A씨는 잠을 자도 푹 자지 못하고 선잠을 잔다소방관이라면 이러한 스트레스를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A씨 뿐만 아니라 소방관, 경찰, 군인 등 위험직무 수행자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직무 특성상 화재, 건물붕괴, 강력범죄 등 사건·사고 현장을 접하며 정신적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발의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눈길을 끈다. 법안 취지는 이렇다. ‘위험직무 수행자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전담 센터를 설치·운영하자는 것. 개정안의 목표는 국가에서 위험직무를 수행하는 요원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지역별로 트라우마센터를 설치·운영이 가능토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데 있다.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은 동 법률안 제15조의2항의 신설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트라우마센터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부분으로 국가는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및 군인 등 직무의 성질상 정신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 직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위험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기 위하여 지역별로 트라우마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국가는 제1항에 따른 트라우마센터의 설치·운영을 그 업무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춘 기관·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 1항 및 제2항에 따른 트라우마센터의 설치·운영, 위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등이다.


그렇다면 현재 소방관, 경찰, 군인 등의 정신건강은 어떤 상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각한상태이다.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소방관 대상 심리평가’(2014년 중앙소방본부 연구 의뢰)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심리질환 유병률은 일반인 대비 4~10배 높았다. 37093명의 소방관들에 대한 조사에서 PTSD 알코올 사용장애 우울장애 수면장애 중 1개 항목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응답자는 14452명이었다.

경찰관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지난 4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들은 69명이었다. 군 또한 연평균 740건의 폭행사건과 69건의 가혹행위, 훈련 중 발생하는 부상 및 사고로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군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켜져 있지만, 치료 및 예방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각 기관별로 자체적으로 의료기관과의 업무협약 등을 통해 소속 요원의 정신건강 치료 및 예방을 하고는 있지만, 통합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기관당 제각각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행정상 비효율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정신건강 치료·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협력 의료기관의 수도 적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고용진 의원은 “소방관, 경찰관, 군인들은 죽어야 관심을 받는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한다”며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위험직군 종사자들의 건강과 업무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질 때”라고 밝혔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 경찰관, 군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위해 법안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개정안은 고용진 의원을 비롯해 김두관·김성수·박홍근·심기준·유은혜·이종걸·제윤경·조승래·조정식·최명길·황희 등 1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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