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혜선이 돌아왔다. 1집 앨범을 발표한 1992년 이후 25년 만이다. 오랜 침묵을 깨고 그녀를 다시 무대 위에 오르게 한 건 팬들의 요청이었다.
정혜선은 1989년 열린 제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나의 하늘’을 불러 은상을 수상했다. 그녀를 눈여겨 본 심사위원 조동진의 제안으로 3년 후 자신의 1집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이후 2집 앨범의 녹음까지 모두 마쳤지만 당시 제작을 맡았던 사진작가 김중만의 사정으로 앨범을 발표하지 못했고 오랜 공백기를 갖게 됐다.
8일 오후 2시 서울 어울마당로 롤링홀에서 정혜선의 1집 리마스터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열렸다. 취재진에 무대를 공개하는 것도, 뮤지비디오를 찍은 것도 모두 첫 경험이다.
이날 정혜선은 “오랜만에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가요 역사상 이런 전례가 없을 것 같다. 다시 무대에 서게 돼서 얼떨떨하다.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컴백을 하게 된 이유도 밝혔다. 정혜선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음악 활동을 정리하고 살다가 ‘이대로 죽으면 안 되겠다’, ‘한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고정 팬들이 왜 음악을 안 하냐는 글도 올려주시고, 음반 구하기가 힘들다는 원성도 많았다. 2017년이 돼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무 죄송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정혜선의 1집 앨범은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없다. 유튜브에서 검색해야 겨우 찾아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녀가 1집 리마스터 앨범 발매를 결심한 이유다.
정혜선은 “팬들이 1집 앨범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서 다시 녹음하게 됐다”며 “록 스타일의 1집 앨범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1집을 발표했을 때는 내가 너무 어렸다. 당시엔 녹음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정혜선은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한다”며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혜선은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며 “작사는 내 가치관과 정신에서 나오는 표현이고, 작곡은 내 감수성과 본능에서 나온다. 그런 것들이 서로 맞아 떨어졌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마다 부르는 창법도 다르다”며 “그런 표현들을 나만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웠고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에는 정혜선을 응원하기 위해 그녀의 지인들이 함께했다. 스트링 편곡으로 유명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2회 수상자 박인영,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5회 수상자인 가수 이규호와 작곡가 지영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16회 수상자인 그룹 스윗소로우 멤버 김영우가 무대에 올라 정혜선에게 힘을 실어줬다.
스윗소로우 김영우는 정혜선에 대해 “원조 음색 깡패”라며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다. 음악적인 것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컴백을 반겼다.
정혜선은 ‘나의 하늘’, ‘오 왠지’, ‘해변에서’ 등이 포함된 리마스터 앨범을 8일 발매했다. 이규호(kyo)와 함께 부른 신곡 ‘너면 돼’도 같은 날 발표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